빨간자전거

"끝자리가 틀리네요!"

큰가방 2008. 9. 21. 17:31

“끝자리가 틀리네요!”


“할머니! 안녕하세요? 여기 보성우체국입니다.” “으디라고? 우체국이라고? 이~잉! 편지 아제구만! 그란디 소포 갖고 으디만치 왔어?” “아직 우체국에서 출발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떻게 오늘 소포가 도착할 줄은 알고 계셨어요?” “내가 그것도 모르간디! 우리 손녀가 어저께 소포 보냈다고 해서 알제~에! 그란디 으째 전화했어?” “할머니 댁에 12시쯤 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니까 마실 나가지 마시고 집에서 기다리고 계세요! 아시겠지요?” “잉! 알았어! 우리 집 알제?


군항마을 이장(里長)집 뒤에가 우리 집이여 알았제?” “알고 있어요! 할머니!”매일 아침 8시경 어젯밤 새로운 주인을 찾아 밤을 새워 달려온 소포가 보성우체국 우편실에 도착하면‘몇 시 경에 댁으로 배달해드리겠다!’며 수취인에게 안내전화를 하는데 전남 보성군 회천면 전일리 군학마을에 살고 계시는 김길남 할머니께 전화를 하였더니 이미 소포가 도착할 줄 알고 계셨던 듯 집 위치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여보세요! 김영임 씨 휴대폰입니까?” “그런데 누구세요?”


“우체국입니다. 다름이 아니고 소포가 하나 도착해서 전화 드렸습니다. 이따 오후3시쯤 집으로 배달해 드리면 되겠습니까?” “집에 아무도 없으니까 가지 마시고 사무실로 갖다 주세요!” “예~에? 사무실이요? 무슨 사무실을 말씀하시는데요?” “저의 사무실 모르세요?” “글쎄요? 저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서 어디에 있는 사무실을 말씀하시는지?” “거기 우체국 아닌가요?” “우체국은 맞는데 김영임 씨 사무실이 어디 있는데요?” “집배원 아저씨가 바뀌셨나? 이상하다?


다른 때는 사무실로 배달해 달라면 그냥 아시던데!”하여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시골마을에서 사무실을 따로 두고 있는 집이 없는데 무슨 사무실로 배달해 달라는 것인지!’하며 다시 묻기 시작하였다. “여보세요? 김영임 씨 휴대전화가 맞습니까?” “예! 맞아요!” “그럼 댁이 회천면 회령리 삼장마을이 아닌가요?” “삼장마을이요? 삼장마을이 어디 있는데요?” “예~에! 삼장마을을 모르신다고요? 그럼 사모님께서 지금 계시는 곳이 어딥니까?” “여기는 광양인데요.”


“예~에! 광양이라고요?” ‘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하고 잠시 망설이고 있는데 “여보세요! 거기 우체국이라고 하셨지요?” “예! 보성우체국입니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전화하셨어요?”하고 다시 물었다. “김영임 씨에게 택배가 하나 도착되어 전화 드렸거든요. 그런데 전화번호가 7890번이 맞습니까?” “예! 전화번호는 맞아요! 그리고 이름도 맞고요! 그런데 주소가 보성이라고 하셨나요?” “여기 택배에는‘전남 보성군 회천면 회령리 삼장마을’이라고 적혀있거든요.”


“그래요! 그런데 저의 집은 광양이고 원래 고향은 순천이거든요. 보성하고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데 무엇이 도착하였나요?” “개량한복이라고 적혀있네요!” “그래요! 그런데 저는 개량한복 신청한 일도 없거든요. 제 생각으로는 물건을 보낸 곳에서 전화번호를 잘못 적은 것 같아요!” “알았습니다. 아침부터 전화를 잘못 드려 죄송합니다.”하고 전화를 끊은 다음 생각해보니 “어떻게 잘못적은 전화번호가 이름이 똑 같은 사람이 있지 참! 신기한 일도 다 있다!”하며 나도 모르게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오늘 배달해야할 우편물을 정리하여 빨간 오토바이 적재함에 가득 싣고 시골마을을 향하여 출발하여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회령리 삼장마을 김영임 씨 댁 마당으로 들어가 오토바이 클랙슨을 “빵!”하고 누르자 “날씨가 이렇게 무더운데 정말 수고가 많으시네요.”하며 함박웃음을 지으며 현관문을 열고 나오기에 소포에 적혀있는 전화번호를 가르치며“여기 적혀있는 전화번호가 사모님 번호가 맞는지 확인해 보시겠어요!”하였더니 “저의 전화번호는 7899번인데 끝자리가 틀리네요!”


 "우체부 아저씨 꼭 저의 할머니께 보내주세요" 소포를 보낸 손녀의 정성이 보이는 듯 하였습니다.

 매일 계속되는 무더운 날씨 때문인지 활짝 피어난 억새가 그렇게 예쁘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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