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자전거

"병원 문 열렸어요?"

큰가방 2008. 11. 9. 07:57

“병원 문 열렸어요?”


어제 우편물을 배달하러 가을 추수가 거의 끝난 시골의 한적한 들판 길을 달려가는데 이상하게 목이 아프고 코가 맹맹하면서 기침과 가래가 나오기도 하고 갑자기 추위가 느껴지기도 하여“아직 11월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추위를 느낄 정도면 겨울이 머지 않았나보다! 금년 가을은 이렇게 우리 곁을 떠나려고 하는 것일까?”하며 평소와 마찬가지로 우체국에서 퇴근하여 집에 돌아와 저녁 식사를 마쳤는데 자꾸 피로감이 몰려오는 바람에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게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자 머리도 아프고 목이 칼칼하면서 짙은 가래와 함께 기침이 나오고 온 몸이 나른하면서 한기(寒氣)를 느껴“어제 감기가 오려고 그랬던 것을 미처 모르고 있었구나! 우체국에 출근하기 전 동네 의원(醫院)에 먼저 들러 주사라도 한대 맞아야겠다!”하고 가까운 의원을 찾아갔는데 아침 8시인데도 시골 노인 몇 분이 진찰을 받으러 따뜻한 난로 앞 의자에 앉아 순서를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었다. “아침 8시 밖에 안 되었는데 손님들이 많네요! 병원 문을 몇 시에 열어요?”하고 접수 담당 아가씨에게 물었더니


“아침 7시에 열어요!” “그렇게 빨리 문을 열어요?” “여기오시는 환자분들 거의 시골에서 농사짓는 분이기 때문에 빨리 진료를 받고 집에 가시면 또 들판에 나가 일을 해야 하니까 아침 7시면 벌써 병원 문 앞에서 기다리고 계시거든요. 그러니까 원장님께서도 아침 6시 반이면 출근하시고 병원 문도 빨리 열어요!” “그러면 아침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출근하시겠네요?”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기도 바쁜데 언제 밥을 먹고 오겠어요?”하며 배시시 웃었다.


“그럼 식사는 언제하시는 데요?” “이따 9시 반경 환자분들 진료를 모두 마치면 식당에서 먹어요!” “여기는 시골이라 도시병원(都市病院) 보다 수고가 더 많으시겠네요!” “그래도 오전 진료를 마치면 오후에는 한가하거든요.” “그런데 난로 불을 일찍 피워놓으셨네요!” “시골에서 노인들이 아침 일찍 나오시기 때문에 추우신가 봐요! 그래서 난로 불을 피워놓았어요!”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순간 순서가 되었는지 내 이름을 부르기에 진찰실에 들어가 의사 선생님께 감기증세를 설명 드렸더니


입 안을 이리저리 살펴보더니“목이 뻘겋게 충혈 된 상태거든요. 요즘 환절기라서 감기 걸리기 쉬운 계절인데 우편물 배달하면서 따뜻한 물을 준비해 자주 마시는 것이 좋고 찬바람을 피해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것도 좋아요.” “선생님! 그러면 따뜻한 물을 얼마나 마셔야 합니까?” “가능하면 20리터 쯤 드시는 것이 제일 좋은데!” “그런데 제가 그렇게 많은 물을 오토바이에 어떻게 싣고 다니겠습니까?” “아니! 꼭 그렇게 드시라는 이야기는 아니고 될 수 있으면 따뜻한 물을 많이 마시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요즘은 날씨가 추워지면서 방문을 닫아놓고 지내기 때문에 실내가 건조하거든요. 그러니까 저녁에 주무실 때 머리맡에 가습기를 틀어놓고 주무시는 것도 좋습니다. 가습기가 없으면 빨래를 방안에 널어두는 것도 괜찮을 겁니다. 그리고 방은 따뜻하게 하고 주무시는 것이 좋은데 될 수 있으면 충분한 수면(睡眠)을 취하시는 것이 감기 예방이나 완쾌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오늘 주사는 맞지 않으셔도 될 것 같고 처방전을 드릴 테니 약은 약국에서 타가도록 하세요!”


“선생님! 고맙습니다.”하고 진료비를 계산하려는데 병원 문이 반쯤 열리더니 이제 초등학교 5학년쯤으로 보이는 남자 어린이가 고개를 내밀고“아저씨! 문 열렸어요?”하고 물었다. “뭐라고? 무슨 문이 열렸다는 거냐?” “병원 문 열렸냐고요?” “병원 문! 무슨 병원 문이 열렸냐는 거여?” “우리 엄마가 병원 문 열렸는지 보고오라 해서요!” “그럼 지금 네가 열고 있는 문은 병원 문이 아니고 무슨 문이냐?” “이게 병원 문인가? 그럼 열려 있었구나!”


 *가을을 상징하는 단감이 먹음직스럽게 보였습니다.

*요즘은 거의 사라져 버린 탱자가 노랗게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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