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자전거

"아이고! 허리야!"

큰가방 2008. 11. 16. 13:50

“아이고 허리야!”


월요일 아침, 오늘도 평소처럼 우체국에 출근하여 이미 출근한 직원들 그리고 이제 막 출근하는 직원들에게는 정다운 미소로“좋은 하루! 어제는 잘 쉬셨습니까?”하며 가벼운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결재 받을 장부를 정리하고 직원들에게 전달할 사항을 전달하면서 아침을 열어 가는데 “반장님! 오늘 신상호 대리께서 생일(生一) 휴가를 받는다며 출근을 하지 않는다고 하네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늘이 신상호 대리 생일이었나? 아니 그럼 진작 말을 했어야지 이렇게 갑자기 아침에 전화를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그럼 오늘 신상호 대리가 나갈 코스의 집배는 어떻게 하기로 했어?” 하고 소속 팀에게 물었더니 “그것은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들이 알아서 할게요!”하고 대답하였다. “오늘이 신상호 대리 생일이라고? 미리 알았더라면 축전(祝電)이라도 보내주는 것인데 미처 모르고 있었네. 그런데 무슨 좋은 계획이라도 있다고 하던가? 갑자기 아침에 생일 휴가를 내겠다고 전화를 했다니 가족들과 함께 가까운 곳에 여행이라도 다녀오려고 그러는 것일까?” “글쎄요!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고 그냥 어디 좀 다녀오겠다고 하던데요!”


“기왕에 생일 휴가를 냈으니 오늘 하루 알차고 기억에 남는 좋은 계획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네!”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순간 순천우편 집중국에서 우편물을 싣고 우편차가 도착하였고 부지런히 우편물을 정리하고 빨간 오토바이와 함께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우편물을 배달하다 보니 어느덧 늦가을의 하루는 언제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게 지나가고 오후 퇴근 무렵 아침 생일 휴가를 냈던 직원이 사무실에 나타났는데 얼굴을 보니 가까운 곳에 여행을 다녀온 사람치고는 굉장히 피곤한 얼굴이었다.


“아니! 오늘 생일이라면서 어디 좋은 계획이 없었는가? 마치 지옥(地獄)훈련을 받고 온 사람 마냥 왜 그렇게 얼굴을 찡그리고 그래? 그냥 하루 푹 쉬지 그랬어?” 하였더니 “아이고! 말도 마세요! 반장님 오늘 죽을 뻔 했다니까요!” “아니 왜?” “오늘이 제 생일이잖아요! 그런데 집에서 오라는 연락이 왔더라고요! 그래서 집에를 갔는데 가을 일이 어찌나 많던지 오늘 하루 종일 일을 하느라고 혼이 났다니까요!” “아니 생일날 일을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생일날 하루라도 푹 쉬라고 생일 휴가를 주는 건데!”


“그게 아니고요! 어제 집에서 오늘 아침이 저의 생일이라고 부모님이 부르셔서 갔거든요! 사실은 오늘 집사람과 함께 여행을 다녀오려고 생일 휴가를 냈는데 집에 가서 보니 가을이라 할 일이 엄청나게 많더라고요! 그런데 어떻게 부모님께서 일을 하고 계시는데 제 생일날이라고 빠져나올 수 있겠어요? 그래서 이것저것 모처럼 집안일을 돕다보니 정신이 하나도 없더라고요! 그렇게 정신없이 일을 하다보니 금방 하루가 지나가고 그래서 마무리 만 대충 하고 왔어요! 그런데 오랜만에 일을 하니까 허리가 어찌나 아프던지 아이고~오! 허리야!”


“이 사람아! 그러니까! 누가 집에 가라고 했어? 집에 가지 말고 오늘은 그냥 둘이서 오붓하게 지냈어야지! 안 그래?”하였더니 “에이! 반장님도 참!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답니까~아!”하면서 씩 웃었다. 사실 우리가 생각하기에 가을하면 수확의 계절이니 결실의 계절이니 하여 모든 곡식을 그냥 거둬들이는 것으로만 생각하기 쉬운데 그러나 그 거둬들이는 모든 작업이 사람의 손이 필요로 하고 그러다 보니


저의 직원은 오늘이 자신의 생일인데도 고향으로 내려가 연로하신 부모님과 함께 열심히 수확하는 일을 돕고 돌아온 것 이었다. 시골하면 늘 마음이 포근한 곳이라고 생각되지만 그러나 수확의 계절 가을에는 너무나 힘이 많이 드는 곳! 그곳이 바로 시골이 아닌가 생각된다. “신상호 대리! 오늘 아침 내가 잊지 못할 추억거리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 말이 딱 들어맞았네! 오늘 정말 수고가 많았어!”

 

 

*11월의 짧은 해는 오후 5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서산으로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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