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자전거

남자는 싫어?

큰가방 2008. 11. 30. 09:12

남자는 싫어?


아침 8시경 우체국에 출근하려고 승용차 시동을 걸려는데 차 앞 뒤 유리창에 하얀 성에가 꽁꽁 얼어붙어있었다. “차 유리창에 이렇게 성에가 가득한 것을 보니 간밤에 상당히 추웠나 보다!”하고 따뜻한 물을 부어 녹인 다음 승용차 시동을 걸고“오늘은 또 어떤 즐거운 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하는 작은 설레임으로 우체국에 출근하였고 사무실에 들어서며 만나는 직원들에게 “안녕하세요? 즐거운 하루되세요!”하며 활짝 웃는 얼굴로 아침인사를 나누면서 오늘 하루 일과는 시작되었다.


그리고 잠시 후 순천 우편 집중국에서 어제 밤을 새워 달려온 택배가 도착되면서 직원들이 여기저기 안내전화를 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고 나도 전남 보성읍 우산리 주공아파트에 배달할 택배부터 안내전화를 하기 시작하였다. “여보세요! 김영남씨 휴대폰입니까? 우체국 택배입니다. 선생님께 택배가 도착되어 전화 드렸는데 오늘 오전 11시경까지 댁으로 배달해 드리면 되겠습니까? 예! 그럼 그때 배달해드리겠습니다.” “여보세요? 신상남씨 휴대폰입니까?”


“저는 신상남씨 아들인데 누구십니까?” “우체국 택배인데 할머니 약이 도착되어 전화 드렸습니다.” “그렇습니까? 지금가시면 집에 계실 텐데요!” “지금은 갈수 없고 오전 11시경에 방문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제가 어머니께 연락드릴까요?” “아닙니다. 여기 택배에 집 전화번호가 있으니 제가 다시 댁으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럼 수고해주십시오!”하고 전화를 끊고 다시 집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고 신호가 가자“여보세요!”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신상남씨 댁입니까? 여기 우체국 택배입니다.”하였는데 갑자기“지금 밖에 나가고 없어욧!”하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어? 이상하다! 할머니께서 그럴 분이 아닌데 왜 전화를 끊어버리지?”하며 다시 전화번호를 누르고 신호가 가고 “여보세요!”하는 소리가 들려 “할머니~이! 여기 우체국 택배라니까요!”하였는데 “지금 밖에 나가고 없단 말이에욧!”하며 또 다시 전화를 끊어 버렸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할머니께서 내 목소리까지 알고 계시니까 다른 때는 전화를 하면 반갑게 받아주셨는데


오늘은 왜 이렇게 전화를 끊어버리지?”하며 잠시 어안이 벙벙하였으나 “평소에 할머니께서 집을 잘 비우지 않으니까. 오늘은 그냥 배달해 드려야겠다.”하는 생각으로 다른 사람에게 안내전화를 하였고 오늘 배달해야 할 우편물 정리가 모두 끝나자 우체국을 출발하여 주공아파트에서 우선 택배부터 배달하기 시작하였다. “딩동! 딩동!” “누구세요?” “예~에! 우체국 택뱁니다.” “그렇지 않아도 택배 받아놓고 밖에 나가려고 기다리고 있었는데 오늘은 일찍 오셨네요!”


“될 수 있으면 택배는 빨리 배달해 드려야지요! 모두들 기다리고 계시는데요!”하며 신상남 할머니 아파트 현관 초인종을 눌렀는데 소식이 없었다. “오늘은 할머니께서 밖에 나가시고 안 계시나? 왜 대답이 없지?”하고 평소에 자주 가시는 아파트 경로당으로 가 보았으나 할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할머니 택배는 오전에는 아무래도 배달하기 힘들 것 같으니까 오후에 다시 들려야겠다.”하고 우편물 배달을 모두 마친 오후, 다시 할머니의 집으로 전화를 하였는데 받지 않아


“이상하다! 혹시 할머니께 사고라도 생긴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 다시 아파트에 들렀더니 할머니께서 환하게 웃으며 반갑게 맞아주셨다. “그런데 할머니! 오전에는 왜? 전화를 받자마자 끊어버리셨어요? 저는 할머니께서 사고가 난줄 알았어요!” “내가 그런 것이 아니고 쩌그 아랫마을 할머니가 우리 집에 놀러 왔는디 그 노인은 남자들만 전화를 하문 끊어불데 남자들이 전화하문 안 좋은 일이 있다든가 으짠다든가 그라고 병원에 가서 물리치료를 받고 오니라고 집을 비웠는디 나 땀새 고생 많이 했제?”


 

 *쌀쌀해진 날씨에 전동 휠체어를 타고 나들이는 가는 장애인 부부가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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