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자전거

'사라티' 라는 이름

큰가방 2008. 12. 21. 09:38

‘사라티’라는 이름


11월 하순으로 접어들자 날씨는 조금 더 쌀쌀해진 것을 빼고 나면 마치 10월 중순처럼 하늘은  푸르고 청명하여 손이 닿으면 금방이라도 푸르게 물이들 것 같은데 엊그제까지만 해도 황금색 옷을 입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벼들의 수확이 모두 끝난 시골들녘 논에는 먹이 찾는 비둘기 몇 마리만 이 논에서 저 논으로 왔다 갔다 할 뿐 조용하기만 한데 건너편 쪽파 밭에서는 오늘도 많은 아낙네들이 모여 파랗고 싱싱한 쪽파를 수확하여 멀리 도시의 공판장으로 보내기 위하여 커다란 트럭에 싣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오늘도 빨간 오토바이와 함께 우편물을 배달하러가는 길, 전남 보성 회천면 회령리 삼장마을에 자리 잡고 있는 녹차가공 공장에서 외국인 이름으로 도착된 등기우편물 한 통을 배달하려고 2층 사무실에 들어가 “안녕하세요? 오늘 등기 우편물 한 통이 있는데 혹시 여기 ‘사라티’라는 분 근무하세요?”하고 물었더니 사무실 남자 직원이 고개를 갸웃거리더니“사라티요? 사라티라는 사람은 없는데 무슨 편지인가요?”하고 물었다. “경남 밀양세무서에서 등기 우편물이 왔는데 사라티라는 이름으로 왔거든요.


주소는 회령리 250-1번지니까 여기가 분명한데 수취인이 없다고 하니 어떻게 하지?”하였더니 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다는 듯 “아저씨 잠깐만요! 예전에 여기에 방글라데시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 4명이 있었는데 그중 한 사람을‘사라’라는 불렀는데 혹시 그 사람일지도 모르겠네요. 잠시만 기다려보세요!”하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하여 “형! 혹시 사라티라는 사람 알아요?”하고 물었다. “알고 있다고? 그럼 사무실로 올라와 보세요! 지금 집배원 아저씨가 등기 편지를 가지고 오셨는데 이름이 사라티라고 하거든요.


혹시 그 사람일지 모르니까 형이 와서 봐주세요!”하는 전화가 끝나자마자‘퉁! 퉁! 퉁!’계단 오르는 소리가 들리더니 작업반장이 사무실로 들어와“아저씨 무슨 편지인데 그러세요?”물었다. “글쎄 내용은 잘 모르겠으나 세무서에서 보낸 것을 보면 무슨 세금과 관계된 편지인 것 같은데 ‘사라’라는 사람이 근무한 적 있었나요?” “재작년에 방글라데시에서 근로자 4명이 우리 회사에 와서 근무한 적이 있었는데 그중 제일 나이가 작은 사람 이름이‘사라티’였던 것 같아요.”


“그 사람은‘사라’아니었나?”하고 사무실 직원이 묻자. “원래 사라티였는데 회사에서 같이 일하던 아주머니들께서 그냥 우리나라 사람 이름처럼‘사라’라고 불렀거든 그런데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요? 좋은 편지 같으면 주소를 알아내 그쪽으로 보내주면 좋겠는데!”하여 내용을 보았더니 유가환급금 통지서였다. “환급금 2십 4만원이면 우리에게도 큰돈이지만 그 사람들 나라에서는 3개월 월급이 될만한 큰돈인데 이걸 돌려보내면 되겠어요? 아저씨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제가 그때 같이 근무했던 제일 나이가 많은 사람 연락처를 알고 있으니까 그 사람에게 전화해 볼게요!”하고 전화를 하는 사이 작업반장에게 “그런데 그 사람들이 왜? 다른 곳으로 가게 되었나요?”하고 물었더니 “그 사람들이 올 때만 해도 회사 사정이 좋아 많은 사람들이 근무했었는데 갈수록 회사 사정이 나빠져 할 수없이 다른 회사로 보내게 되었어요. 그 사람들은 네 사람이 같이 근무하기를 희망했지만 또 그런 회사가 없어 두 사람씩 나누어 보내게 되었는데 정말 안타깝더라고요.


그 사람들도 자기 나라에서는 상당히 인텔리에 속할 만큼 잘 배운 사람들이던데 나라가 가난하다 보니 외국에 나와 고생을 많이 하고 있는 것을 보면 나라가 되었던 개인이 되었던 잘살고 봐야 된다고 생각되더라고요. 그런데 벌써 일년이 지났네요!”하는 사이 사무실 직원이 얼굴에 만면의 웃음을 지으며“아저씨 드디어 사라티의 회사를 알아냈어요! 이쪽으로 보내주시면 되겠네요!”하며 주소가 적혀진 종이 한 장을 나에게 내 밀었다. 


 

 

 겨울은 깊어가는데 갈대 밭에서는 아직도 늦 가을 기분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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