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이야기

휴대폰 주인을 찾습니다.

큰가방 2012. 11. 17. 15:17

 

휴대폰 주인을 찾습니다.

 

전남 보성읍 오서마을 우편물 배달을 마치고 노산마을을 향하여 길게 이어진 농로 길을 달려가고 있는데 콤바인으로 벼를 베고 있는 논 윗길을 커다란 트랙터가 막고 서있다.

“어~야! 질을 막어부러서 으짜까? 미안하제만 오늘 하레만 저짝으로 돌아가문 안되것는가?”하시는 영감님의 말씀에

 

“어르신이 매일 길을 막고 있는 것도 아닌데 저쪽으로 돌아가도 1km도 되지 않으니까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바쁜 사람 가는 길을 막어부러서 미안허시!” “괜찮아요. 그런데 금년에는 벼 수확량이 예년에 비해 어떻던가요?”

“큰 태풍이 두 번이나 지나갔는디 작년하고 같것는가? 암만해도 마니 줄었제~에! 그래도 이만큼 나온 것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제! 으짜껏인가?”

 

“그렇기도 하겠네요. 그럼 수고하세요!”하고는 왔던 길을 되돌아 나와 디귿자로 이어진 길을 이용하여 노산마을을 향하여 천천히 달려가고 있는데 길바닥에 조그맣고 네모난 휴대폰이 떨어져 있어

‘이걸 누가 여기다 떨어뜨렸지? 여기는 농로길이라서 평소에는 사람이 별로 다니지 않는데! 혹시 고장이 나서 버렸나?’하고 뚜껑을 열었더니 휴대폰은 정상적으로 잘 작동이 되고 있었다.

 

‘가만있자! 그러면 휴대폰 주인하고 연락하는 방법이 없을까?’하고 통화내력을 살펴보았더니 ‘엄마’라고 적어진 번호가 보인다.

‘옳지! 여기다 전화를 해보면 금방 알 수 있겠구나!’하고 통화버튼을 눌렀는데 아무리 신호가 가도 전화 받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왜 전화를 안 받을까? 이럴 때 시원스럽게 받아주면 금방 주인을 찾을 수가 있겠는데!’중얼 거리며 다른 번호를 눌러 전화를 걸었으나 역시 받지 않았다.

‘하필이면 오늘 같은 날 모두들 전화를 받지 않지? 그러면 어떻게 한다? 우선 사무실로 가져가서 다시 연락을 해 보자!’하고 휴대폰을 막 주머니에 넣는 순간 벨이 울리기 시작한다.

 

“안녕하십니까? 보성우체국 류상진입니다.”하는 순간“예~에? 우체국이라고요? 미안합니다. 제가 전화를 잘못 걸었나 봅니다.”하고 황급히 전화를 끊으려는 것 같아

“여보세요! 여보세요! 전화 끊지 마시고 제 말 좀 들어보세요!”하였더니 “왜 그러시는데요?”하며 다소 당황한 듯 한 목소리가 들린다.

 

“저는 집배원인데요. 방금 길바닥에 떨어져있는 휴대폰을 주웠는데 주인을 찾으려고 여기저기 전화를 해도 받지 않더라고요. 혹시 이 휴대폰 주인을 알고 계십니까?”

“그렇다면 방금 여기를 지나가신 집배원인가요?” “예! 그렇습니다.” “그래요? 그렇다면 주인은 여기 계세요! 영감님께서 갑자기 휴대폰이 없어졌다고 해서 혹시나 해서 전화를 걸어봤어요.”

 

“그렇습니까? 그러면 지금 저 보이시지요?” “예! 잘 보이고 있습니다. 영감님을 그쪽으로 가시라고 할게요.”하여 휴대폰을 건네 드리며

“오늘 어르신이 길을 막지 않았으면 바로 노산마을로 가버리니까 발견하지 못하였을 텐데 막는 바람에 디귿자 길로 돌아오다 휴대폰을 주웠거든요. 그러니까 막기를 잘하셨네요.”하였더니

 

활짝 웃는 영감님 “그랬는가? 아까 내가 여그서 경운기 시동 거니라고 고개를 숙였는디 그때 빠져부렇는 갑구만 그라문 낼도 질을 막어야 쓰것네!” “그러면 내일도 또 휴대폰 잊어버리시게요?” “어~엉! 그것은 아니제~에!”

 

"어! 왜 길 바닥에 휴대폰이 떨어져 있지?"

"휴대폰을 찾아준게 고맙네! 그란디 낼도 또 질을 막어야 쓰것네 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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