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이야기

야생 동물의 먹이

큰가방 2012. 12. 1. 19:22

야생 동물의 먹이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11월의 말이 되면서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강한 바람과 함께 동장군(冬將軍)이 찾아오더니 새벽이면 아무도 모르게 여기저기 하얀 서리를 뿌려놓고‘나는 아직도 건재하다!’는 듯

흔적을 남기고 어디론가 숨어버렸는데 추수가 모두 끝나 아무도 없는 들녘에는 먹이 찾는 비둘기 몇 마리만 이 논에서 저 논으로 쓸쓸한 들판을 지키고 있었다.

 

 

전남 보성 노산마을 가운데 집 볕이 잘 드는 양지쪽에 할머니 세분이 모여앉아 미나리를 다듬고 계셔서 수취인을 못 찾은 우편물을 문의하려고 마당으로 들어서자 할머니께서 “아제! 어서 오씨요! 오늘은 뭔 일로 우리 집이를 다 온고?”하시자

 

 

옆 할머니께서“우메! 오늘 이집이 반가운 소식이 왔는 갑구만! 뭔 존 소식을 갖고 왔어?”하며 반기신다.

“안녕하세요?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로 미나리를 다듬고 계세요?”

“이거~엇? 쩌그 논가에 미나리가 하다 보드랍고 좋아 보여서 쪼간 비어갖고 왔어! 오랜만에 노물 잔 해 묵어볼라고!”

 

“그런데 혹시 이 마을에 김용이라는 어린이 아시겠어요?” 묻자 옆 할머니께서“용이는 우리 외손진디 으째 째깐한 애기들한테 편지가 다 왔으까?”하신다.

“읍(邑)에 있는 어린이집에서 보냈네요.” “그랬어? 우리 딸이 퇴거를 우리 집으로 해 놓드만 인자는 어린이집에서 외손지한테 편지를 다 보냈는 갑네!”

 

 

“그러게요. 아마 용이가 어린이집에 갈 나이가 되니까 자기네 집으로 오라는 안내서를 보낸 것 같네요.”하며 우편물을 건네 드리며 돌아본 마당에 나무 열매를 비닐 멍석에 널어놓고 말리는 것이 보인다.

“저것은 무슨 열매인가요?” “저것? 저것은 스기나무라고 그란든가? 그것 열매여!” “그렇다면 삼나무 열매인데 어디에 쓰시려고요?”

 

 

“몰라! 으디 비개 속에 너 갖고 비고 자문 잠이 잘 오고 몸이 건강해 진다든가 으짠다든가 하여튼 우리 며느리가 저것을 따다가 몰려노라고 그라데! 그래서 엊그저께부터 날마다 산에서 쬐깐식 줏어다가 몰리고 있어!”하시자

 

옆 할머니께서 “그란디 산에서 저른 것 주워갖고 오다 잽히문 벌금을 3십 만원씩 물린다고 그라든디 괜찬할란가 몰르것네!”

 

“산에서 야생동물들이 먹을 수 있는 밤이나 도토리 같은 것은 주워오면 안되는데 저 열매는 동물이 먹을 수 없기 때문에 괜찮을 거예요.” “으째 밤이나 도토리는 주서 갖고 오문 안 된다고 그래?”

 

“할머니께서도 생각해 보세요. 산에 살고 있는 산토끼나 노루 고라니 같은 산짐승은 농사 지어놓은 것도 없는데 겨울이 되면 무엇을 먹고 살겠어요?

 

그래서 야생동물을 보호하자는 목적으로 그것을 함부로 채취하지 못하게 하는데 그래도 그것을 아무도 모르게 주워가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그것을 주워오다 적발이 되면 벌금을 물리거든요.”

 

“대차 아제 말을 들어본께 그 말이 맞구만! 사람도 겨울에 눈 오고 그라문 살기가 심 들고 그란디 산짐승들은 뭣을 묵고 사껏이여? 그랑께 밤 같은 것이랑 도토리는 주서 갖고 올라고 생각도 안 해야 쓰것구만!”

 

삼나무 열매라고 하는데 정말 그렇게 보이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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