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이야기

딸 친구의 선물

큰가방 2012. 11. 25. 07:47

 

딸 친구의 선물

 

전남 보성 회천면 도당마을 할머니 댁에 택배 하나를 배달하려고 대문 앞에 빨간 오토바이를 세우고 “할머니~이!”하며 ‘빵! 빵!’소리를 냈더니 “누가 왔간디 나를 불러싸~아?”하고 마당에서 대답하신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할머니 약이 왔나 보네요.”하며 조그만 박스 하나를 가지고 마당으로 들어서자 “내 약이 왔다고? 아니 내 약은 엊그저께 왔는디 뭔 약이 또 왔으까?”하고 다소 의아한 표정이시다.

 

“경기도 의정부 김영란씨가 누구 되세요?” “김영란이라고? 나는 몰르는 사람인디 누구까?” “아무튼 이건 할머니께 온 택배니까 일단 받아보세요.”하고 건네 드리자 “아제! 거가 있어봐! 요것이 뭣인지 모른께 한번 뜯어보고 내 껏 아니문 도로 갖고 가 잉! 알았제?”하시며 마루에 앉아 택배의 포장을 뜯기 시작하셨다.

 

“혹시 경기도 의정부에 아시는 분 안 계세요?” “의정부에는 우리 딸이 살고 있는디 이름이 아니여!” “그럼 따님 이름은 어떻게 되는데요?” “우리 딸 이름말이여? 그랑께 임선숙인디!”

“그래요? 그런데 왜 모르는 사람에게서 택배가 왔을까요? 아마도 무슨 연고가 있으니까 보내지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보낼 수는 없지 않겠어요?”

 

“그랑께 말이여! 그란디 으짠다고 이것을 보냈는지 모르것단께!”하며 포장을 뜯자 안에서 비닐에 싸인 빨간 옷이 보인다.

그리고 그 순간 “오~오! 인자 알것네! 알것어!”하신다. “무엇을 알겠다는 말씀이세요?” “옷을 본께 생각이 나그만 우리 딸 친구가 내 옷 한나 사서 보낸다고 전화왔드만 그것인갑구만!”하신다.

 

“예~에! 따님 친구가 옷을 보냈다고요?” “먼자 은제 우리 딸이 즈그 친구라고 우리 집이를 떼꼬 왔데! 그래갖고 ‘니는 느그 엄마가 건강한께 좋것다!’고 자꼬 그래쌓데!”

“그럼 따님 친구의 부모님은 안 계신다고 하던가요?” “즈그 아부지는 돌아가시고 엄니는 지금 치매가 있어갖고 으디 요양원에 있다 그라드만!”

 

“그런데 왜 친구 엄마께 선물을 보냈을까요?”

“그때 우리 집이 와 갖고 나한테 ‘우리 엄마하문 으짜것냐?’고 그래서 그냥‘그래라!’그랬는디 그 뒤부터 나한테 ‘엄마!’라고 부르데! 그래서 올 여름에 감자도 캐 갖고 한 박스 보내주고 엊그저께는 집에 있는 단감을 따 갖고 또 한 박스를 보냈드니 전화가 왔드란께! 옷을 한나 사서 보낼란다고!”

 

“그래서 뭐라고 하셨어요?” “나는 옷 마니 있응께 느그 엄마나 사서 보내주제 그라냐? 그랬드니 즈그 엄니는 병원에 있는디 옷이 뭔 소용이 있냐 고! 그라드니 이것을 보냈는 갑구만!” “그런 일이 있었어요? 그나저나 잘하셨네요. 따님 친구에게 선물을 받았으니 얼마나 좋아요?”

 

“그래도 나는 맘이 안 편하구만!” “왜 마음이 편치 않으신데요?” “즈그 엄니는 병원에 있다 그란디 나한테 잘하문 뭣하껏이여? 즈그 엄니한테 잘해야제!”

“친구 엄마한테 잘하는 사람이 자신의 부모에게는 못하겠어요? 제 생각으로는 할머니께서 감자랑 단감이랑 보내셨으니 그에 대한 보답으로 옷을 선물하였을 거예요. 그러니 너무 부담 갖지 마세요.”

 

“금메! 그라고 생각하문 그란디 사람이 늘그문 자꼬 병만 생겨싼께 나도 인자 더 늘그문 저라고 병원에 가야 될란가 그것이 꺽정이란께!”

 

"나도 인자 더 늘그문 저라고 병원에 가야 될란가 꺽정이란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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