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이야기

진짜 생일 가짜 생일,

큰가방 2012. 12. 8. 16:27

진짜 생일. 가짜 생일.

 

전남 보성 회천면 화당 마을 가운데 집에 조그만 택배 하나를 배달하려고 할머니 댁 대문 앞에 빨간 오토바이를 세우고 큰소리로 “할머니~이!”하고 불렀으나 아무 대답이 없다.

 

“이상하다! 왜 대답이 없지?”하고 다시 한 번“할머니~이!”하고 크게 불렀으나 역시 대답이 없어 “어디 가셨지? 오늘따라 대문까지 굳게 잠가 놨으니 안으로 갖다 둘 수도 없고!”하며 잠시 망설이고 있는데 마침 옆집 할머니께서 지나가시다

 

“그 집 할마니 만날라고? 그라문 쩌그 경로당에 가봐! 거그 사람들이 다 모타 갖고 있으꺼시여!”하신다.

“오늘이 무슨 날인가요? 경로당에 모두 모여 계시게요.” “뭔 날은 아니고 그냥 모타 갖고 있어!”하며 알듯 말듯 한 미소를 지으신다.

 

“고맙습니다. 할머니!”하고 얼른 회관 앞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경로당 문을 열었더니 마을 할머니들께서 음식 장만에 한창이시다.

“김양님 할머니 어디계세요?” “나 여깃어!” “오늘 택배가 있어 댁에 갔는데 안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이리 달려 왔어요!”

 

“그랬어? 잘 했구만! 그란디 날도 춥고 그랑께 이리 잔 두르 와! 어서!” “왜 갑자기 들어오라고 하세요?” “그랑께 이리 잔 두루와 봐!

옛말에도 어런 말을 잘 들으문 자다가도 떡을 얻어 묵는 것잉께 내 말 잘 들으문 손해가 읍어!”

하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갔더니 커다란 상을 꺼내 놓고 음식을 놓기 시작하더니

 

“아니 그란디 으째 이라고 떡이 안 온단가? 어야! 질부(姪婦) 얼렁 떡 집이다 전화 잔 해봐! 편지 아자씨 지달리게 하문 안된께.”하시자

“여보씨요! 거그 떡 집이요? 여그 화당 마을이요! 그란디 으째 이라고 떡을 안 갖다 준다요? 금방 갖고 온다고? 잉! 알았어! 얼렁 잔 갖고 오라 그래! 지금 바쁜 양반이 지달리고 있응께! 알았제?”

 

“오늘이 무슨 날인데 이렇게 음식 장만을 하셨어요?”하고 물었으나 대답은 하지 않고 “아제 그라고 있지 말고 여그 되야지 괴기 잔 자셔봐! 그란디 으째 괴기가 너머나 마니 쌀마져 갖고 물렁물렁 하단께!”하셔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돼지고기를 배추김치에 싸서 입에 넣었는데 정말 꿀맛 같았다.

 

“고기가 잘 익어 씹을 것도 없이 잘 넘어가는데요! 그리고 아주 맛있어요!” “그래~에! 그라문 다행이고! 그란디 괴기가 너머 마니 안 쌀마졌어?” “이 정도는 돼야 이따 어르신들 드실 때 좋지 않을까요?”

“그란가? 그라문 술도 한잔 해야제?” “지금은 우편물 배달 중이라 술은 안돼요!” “으째 안된다고 그래싸?”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데 위험하니까 술은 마시면 안 되거든요.” “그래 잉! 그라문 음료수라도 마셔!”

“그런데 오늘이 정말 무슨 날인가요?” “오늘이 무슨 날이 아니고 김양님 할메 귀 빠진 날이여!”

“정말이세요? 그러면 엊그제 할머니 생신날이라고 자녀분들 왔다 갔다며 생일 떡 내 놓으신 것은 무엇인가요?”

 

“그거엇! 그날은 가짜 생일이고 오늘이 진짜 생일이여!” “가짜 생일이라고요? 가짜 생일은 무엇이고 진짜 생일은 무엇인데요?”

“엊그저께 일요일 날은 애기들이 모타 갖고 미리 생일을 쇠야 줬어! 그라고 오늘은 진짜 생일날인디 그냥 넘어가문 써운한께 마을 사람들이 음식 장만 쬐깐 해 갖고 저녁밥이나 묵자고 이라고 장만 한 것이고.”

 

“그러면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야 되겠네요.” “워따아! 그런 노래는 안 불러도 괜찬해!”

 

"할머니 불을 때서 맛있는 것 하시나요?" "아니~이! 메주 콩 잔 삶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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