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이야기

편지

큰가방 2012. 12. 22. 19:18

편지

 

박성철 국장님!

엊그제 불어대던 찬바람이 가을을 쫓아내고 겨울을 불러다 앉혀버렸는지 오늘이 11월 초하루인데 길가에 하얀 머리를 가지런히 빗어 넘기고 오가는 바람에 이리저리 머리를 흔들어대던 억새들이 어느새 호호백발 할머니로 변하여 목이 메도록 가을을 부르며 찾고 있습니다.

 

국장님!

그동안 몸 건강히 잘 지내고 계시며 사모님과 가족들께서도 건강하신지요?

저는 국장님이 염려해주신 덕분으로 언제나 건강한 몸으로 직무에 충실하고 있습니다.

오늘 갑자기 국장님께서 보내주신 한통의 편지를 받고 나니 무어라 표현하기 힘든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국장님께서 경기도 고양에서 살고계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옛날처럼 벌교에서 살고 계실 거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 잊혀져버린 지나간 시절

지금은 폐업해 버린 서이 집이라는 선술집에서 막걸리와 콜라를 큰 양푼에 부어놓고 별다른 안주도 없이 마치 비싼 양주라도 되는 것처럼 한잔씩 권하며 즐겁게 마셨던 그 시절을 떠올리니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그 때 저는 한참 젊었던 시절이어서 그런지 국장님에 대한 서운한 감정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고 마치 친형님처럼 다정스럽게 대해 주셨던 기억들만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리고 그 시절 혈기왕성한 젊음을 믿고 국장님께 버릇없이 굴지는 않았는지 만약 그랬다면 넓은 마음으로 이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제는 이름까지 잊어먹고 지내고 있는 저에게 편지를 보내주시니 기쁨에 앞서 미안한 마음이 먼저 앞서는 것은 당연하다고 해야겠지요?

 

그리고 그 시절 함께 재미있고 즐겁게 근무했던 분들은 정년으로 모두 나가시고 이제는 제가 제일 나이 많은 선임이 되었으니 세월은 정말 유수와 같이 빠르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저도 머지않아 또 제 자리는 후배에게 물려주고 국장님처럼 정년퇴임을 하게 되겠지요? 제가 정년을 하게 되면 그 시절 같이 근무하였던 분들을 초대하여 한번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옛날처럼 큰 양푼에 막걸리와 콜라를 섞어 즐거운 마음으로 한잔씩 나누면서 밤이 새도록 지나간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건강해야 되겠지요?

 

박성철 국장님!

 

보내주신 편지 정말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지나간 옛 추억을 다시 되살려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또 지나간 그 시절은 지금부터 새로운 기억 속에 저장되어 아주 오래도록 남아있을 것입니다.

또 한 부탁하신 모든 분들께 꼭 안부 전해 드릴 것을 약속드립니다.

그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늘 건강하시고 가정에서도 즐거운 웃음이 끊이지 않은 행복한 가정이 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2012년 11월 1일 보성우체국 류상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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