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이야기

최고로 재수없던 날

큰가방 2005. 3. 26. 23:51
 

최고로 재수 없던 날

2001.05.21


아침부터 찌푸리던 날씨가 드디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중부 지방의 가뭄 때문만이 아니라 우리 보성지방에도 비가 많이 와 주어야만 농사에 지장이 없을 것 같은데 계속 가물기만 하다가 드디어 빗방울을 보니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에라 하루쯤 비 좀 맞았다고 어떤 일이 있으려고!"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비가 좀 더 기다렸다 밤에 좀 많이 좀 오지 않고" 하는 생각도 하여 봅니다.


"그러나 저러나 꼭 이맘때면 각종 요금 고지서가 나온단 말이야!" 하면서 열심히 전화요금 등 각종 공과금 고지서를 한 마을 씩 배달을 합니다. 그리고 보성 웅치면 왕초마을에 들어섭니다. 그런데 그 순간 누군가 "여보게! 어이 여보게!" 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데다 비까지 내리고 있어 잘 들리지는 않지만 꼭 나를 부르는 소리 같아 소리 나는 쪽을 돌아보는 순간


"어! 어! 어!" 갑자기 미끄러지면서 와장창 저의 몸이 오토바이와 함께 밭두렁으로 곤두박질치고 말았습니다. "아이고! 아파라! 사람 죽겠네!" 하면서도 "그러나 저러나 우선 우편물은 어떤가?" 하고 살펴보니 그래도 비 때문에 오토바이 적재함에 덮개를 씌워놓은 바람에 다행히 우편물은 한 통도 흙이 묻거나 밖으로 튀어나가지 않아 다행입니다. 그런데 오토바이는 적재함 한쪽이 땅바닥에 긁혀지고 후사 경은 한쪽으로 돌아가고


적재함 덮개는 흙이 묻어 엉망이고 저의 비옷에는 가슴부터 발끝까지 밭 흙을 뒤집어쓰는 바람에 엉망입니다. 그런데 그 순간 오른쪽 무릎이 아파 오기 시작합니다. "아이고 아파라!" 그런데 이번에는 왼쪽 발목에 통증이 오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비옷을 들추고 발목을 보았더니 발목이 퉁퉁 부어오르는 겁니다. 오른쪽 무릎은 완전히 벗겨져서 피가 흐르고 발이 제대로 잘 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어째 이런 일이? 어제 밤에 우리 마누라하고 아무 일도 없이 부정 탈 짓도 하지 않고 그냥 자고 나왔는데 우째 이런 일이 난 단 말인가?" 그런데 그 순간 저를 불렀던 사람이 생각이 나서 밭둑 위를 올려다보았더니 영감님 한 분이 저를 보고 웃고 서 계시는 겁니다. "아니? 어르신! 왜 저를 부르셨어요?" 저는 화도 나 고해서 신경질 적으로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하시는 말씀 "아니 다름이 아니고 우리 집에 편지 왔나 물어보려고!"


하시는 겁니다. 정말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저의 잘못 때문이라는 생각도 들기도 합니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일단은 사람이 부르면 오토바이를 정지시킨 후에 돌아보았다면 이런 사고는 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 말입니다. 그랬다면 우체국 근무이후 이런 대형사고는 없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습니다. 비 오는 날 이륜차 운행 조심합시다. 특히 미끄럼에 주의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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