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이야기

할머니의 10원

큰가방 2005. 3. 26. 23:53
 

할머니의 10원 

2001.05.23


삼일 째 계속되는 굿은 날씨가 자꾸만 짜증을 나게 합니다. "날씨가 비가 오려면 계속 좀 많이 내려주거나 아니면 그치든지 하지 이거 장마가 든 것도 아니면서 날마다 질질 흐르니 사람이 살수가 있나?" 하면서 속으로 구시렁구시렁 거리는데 이번에는 어디 한번 견뎌 보라는 듯 비가 와르르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아이고! 내가 괜히 하늘을 건드렸나 갑자기 웬 비가 이렇게 쏟아져?" 하면서 우편물 배달은 안 할 수도 없고


비를 맞으며 우편물 배달을 하고 있는데 마을 앞에서 할머니 한 분이 우산을 받고 서 계십니다. "할머니 왜 비가 오는데 이렇게 서 계세요 집으로 들어가시지 않고요?" "아저씨를 기다리고 있었어!" "아니 왜요?" "비가 옹께 저리 으지로(비 안 맞는 곳) 좀 들어가!" 하시면서 비닐하우스를 가르치십니다. "아니! 왜요?" "아니~이 우체국에 뭣을 좀 내주라고!" "우체국에 무엇을 내시려고요?"


"응! 전화요금을 좀 내 줘 비가 옹께 나갈 수가 있어야제! 우선 저리 으지로 좀 들어가랑께!" "예 저는 괜찮으니까 전화요금 가지고 오세요!" "잉! 그라까?" 하시며 할머니는 할머니 댁으로 들어가십니다. 그리고 잠시 후 "그란디 전화요금이 얼마 나왔어?" 하시며 전화요금 고지서를 저에게 내미십니다. "할머니! 전화요금이 440원 나왔네요!" "440원! 금메 그란다 글드만! 그란디 내가 십 원짜리가 없어서 450원 가지고 왔응께


아저씨가 그냥 10원 가져!" 하십니다. "아니! 할머니! 이렇게 큰돈을 쓰시게요! 요즘 돈도 없으실 텐데!" "응 괜찬한께 10원 그냥 아저씨 갖고 꼭 내줘! 잉! 언제 한번은 전화세를 누구를 줬는디 안 내갖고 독촉장이 나왔드랑게! 그래 갖고 이자 붙여서 냈어! 그랑께 잊어 불지 말고 꼭 내야 돼야 잉!" "할머니! 걱정 마세요! 그리고 잔돈 10원은 다음에 제가 여기 올 때 가져다 드릴게요!" "아따 괜찬해! 그랑께 아저씨 그냥 가져!"


"알았습니다. 할머니 그럼 안녕히 계세요!" 하며 오토바이를 타고 가며 이런 생각이드는 겁니다. "돈 10원짜리 하나는 어린아이도 받지도 않을 돈인데 아직까지도 10원짜리가 꼭 있어야 할 곳이 있구나! 언제부턴가 우리주위에 10원짜리 하나쯤 100원짜리 하나쯤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러나 모든 돈의 가치가 10원짜리에서부터 시작되지 않는가!" 하는 생각 말입니다.



'작은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막내 딸의 이름  (0) 2005.03.26
각설이 타령  (0) 2005.03.26
최고로 재수없던 날  (0) 2005.03.26
아찔했던 순간  (0) 2005.03.19
할머니의 카네이션  (0) 2005.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