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이야기

막내 딸의 이름

큰가방 2005. 3. 26. 23:57

막내 딸의 이름 

 

목 타는 들녘을 바라보며 오늘도 농민들은 애가 타건만 무더운 날씨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제 모내기도 거의 끝이 나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농촌은 계속 바쁜지 등기 우편물 배달하기가 몹시 힘이 듭니다. "계세요? 계세요?" 아무리 목청껏 소리를 쳐 사람을 불러 보아도 사람 만나기가 어디 쉬운 일입니까? "계세요? 계십니까?" "예! 누구요? 어째 그라요?" 아니 이건 웬 반가운 사람 목소리 "할머니! 이 댁이 한말자 씨 댁 맞아요?"


"예! 우리 막내딸이 한말자 인데 왜 그러시요? 누가 뭣을 했소?" "아니요! 다름이 아니고요! 한말자 씨가 소포를 보내셨네요!" 그런데 할머니께서 갑자기 "내가 말을 해 놓고도 우습다!" 하십니다."아니 할머니! 뭐가 우스워요?" 하고 물었더니 할머니께서 "아니 누가 뭣을 보냈소? 하고 물어야 할 것인데 누가 뭣을 했소? 하고 물어 보고 난께 우습제~에!" "예~에~ 그러세요! 그런데 왜 하필이면 막내 따님 이름을 말자라고 지으셨어요?"


"응! 그것은 내가 아들을 하나 만 더 낳을 라고 낳아놓고 난께 딸 이드만 그래서 아들이고 딸이고 인자는 그만 말자 하고 '말자'라고 지었어! 그때 어째 서운하던지 서러워서 울고 있응께 영감이 그만 울어라고 해쌌드만! 그람시로 인자는 아들이고 딸이고 그만 말자고 '말자" 라고 짓자 그러데 이름을 그래서 '말자'로 이름을 지었는디 지금은 나한테 제일 잘하데!" "예! 그러셨어요! 만일 그때 아드님을 낳으셨다면 오늘 소포도 못 받으셨겠네?"


"금메! 그것은 모르제! 아들을 낳았더라면 우리 말자 보다 더 잘 할랑가? 으디 알것소? 그래도 지금은 우리 아들 보다 더 잘 한께 내가 그 재미로 살아!" "할머니! 그런데 혹시 막내 따님 애인 있으세요?" "응! 있다 그라데! 으디 사람인가는 모른디! 언제 사진을 본께 잘 생겼데!" "그러세요! 혹시 애인이 없으면 우리 직원 중매나 서 볼까 했는데 애인이 있다면 안 되겠네요! 할머니 안녕히 계세요!" 하고 할머니 댁을 나왔습니다.


그리고 "예~에! 잘 가시요! 잉! 소포를 갖다 줘서 고맙소!" 하시며 가만히 소포를 들여다보고 계시는 할머니를 뒤로하고 저는 다음 마을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생각을 해 봅니다. “꼭 막내둥이들이 부모님께 잘 한단 말이야! 그러나 저러나 우리 노총각 중매나 좀 해 볼까 했더니! 아가씨가 애인이 있는 아가씨네! 그려! 언제 우리 우체국 노총각들 장가를 보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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