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이야기

할머니와 소나기

큰가방 2005. 4. 3. 10:55
 

할머니와 비 

2001.6.12


계속되는 무더운 날씨와 가뭄으로 농촌에서는 물과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옛날과는 달리 윗 논 아랫 논 주인들이 물 때문에 서로 싸우는 광경은 볼 수가 없어 다행입니다. 양수시설이 잘 되어있는 지는 몰라도 물을 뿜어 올리는 작업이 계속되고 있으니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러나 “비가 좀 와 줘야 하는데!” 하는 것이 한결 같은  농민들의 마음입니다.


"할머니! 등기 소포가 왔는데 도장 한번 찍어 주시겠어요?"  "소포가 왔어? 그란디 으디서 소포가 왔다고?"  "서울에서 김인자 씨가 보냈네요!"  "우리 손녀딸이 보냈는 갑네! 낼모레가 내 생일이라고 뭣 좀 사서 보낸다드만 인자 왔그만 그란디 아저씨 으째 이라고 비가 안오까?"  "그러게요! 비가 많이 좀 와야 하는데 걱정이네요! 강원도 쪽에는 소나기 많이 와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던데  여기도 소나기라도 좀 많이 왔으면 좋겠네요!"


"엉? 그라문 안 되야!"  "예~에! 아니 왜요? 날이 가물고 그런데 소나기라도 많이 오면 좀 좋지 않겠어요?"  "안된 당께 그라네 지금 마당에 보리 널어 놨는디 만약에 소나기가 오면 어떻게 할 것이여? 할망구가 혼자 힘도 없고 그란디 만약에 소나기 오면 나는 큰일이 나제! 그랑께 오늘은 비가 오면 안 되야!" 그러는 순간 마당을 보니 할머니의 말씀대로 마당 가득히 보리가 널려 있습니다.


만약에 소나기가 온다면 그야말로 할머니 혼자서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겠지요? 할머니의 말씀에 동감은 갑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한결 같이 기다리는 비가 온다면 그래서 가뭄이 해갈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습니다. "7년 가뭄에도 하루만 참아 주십사!" 한다는 옛 속담이 있습니다. 할머니의 말씀대로 오늘 하루만 참았다가 내일부터라도 비가 좀 내려주십사 하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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