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이야기

가뭄속의 분수

큰가방 2005. 4. 3. 10:56
 

가뭄속의 분수

2001.6.15


엊그제 내린 비로 밭작물은 해갈이 약간 되었으나 아직도 비가 많이 내려야만 한다고 합니다. 들녘도 어느 정도 모내기 작업이 끝이 나고 있으나 그래도 물은 많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마을마다 곳곳마다 양수 작업이 한창입니다. 그런데 문득 바라본 들판 한가운데서 분수처럼 보이는 물줄기가 하늘 높이 치솟는 것이 보입니다. "어! 저게 뭔가? 이 가뭄에 분수가 있을 리 만무하고 이상하다" 하는 생각이 들어서 물이 솟아오르는 쪽으로 달려가 봅니다.


그랬더니 영감님 한분이 어찌할 바를 몰라 하시며 사람을 부르시는 겁니다. "어이 누구 없나! 이리 좀 오소! 얼렁 좀 와 보소!" 하시며 사람을 부르지만 대답하는 사람이 있을 리가 있습니까? 들판 한 가운데인데 사람들이 보이지를 않으니 대답할리가 없겠지요. "어르신 왜 그러세요?"  "저 물 좀 어떻게 해  봐 이것 큰일 났네 저 물 좀 어떻게 할 수 없겠는가? 아이고! 큰일 났네!" 하시며 어찌 할 바를 몰라 하시는 겁니다.


그래서 우선 양수기의 전원 스위치를 내리고 나니 물줄기가 가라앉은 겁니다. "어르신! 왜 그러셨어요? 호스가 터졌나요?"  "아이고 말도 말소! 한참 물이 잘 올라 오드만 갑자기 호스가 터져갖고 물이 막 옆으로 새기 시작한디 어떻게 할 수가 있어야제~에! 사람도 암도 없고 만날 악을 써도 사람이 안 오드만 자네가 와서 정말 고맙네!" 하십니다. 할아버지 말씀을 듣고 나서 비닐호스를 살펴보니 너무나 약하게 비닐호스가 제작이 되어서


가장 약한 부분이 터진 것 같았습니다 "그나저나 이제 비닐호스를 연결해야 하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되나?" 하고 생각을 하다가 "어르신 잠시 여기서 기다리세요!" 하고는 가까운 마을로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플라스틱 파이프를 도막을 구하고 소포 결박용으로 가지고 다니던 오토바이 튜브 잘라 놓은 것을 꺼내고 해서 비닐호스를 연결하였습니다. 그런 다음 양수기의 전원을 넣자 양수기가 힘차게 돌아가면서 물이 다시 논으로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바라보던 영감님께서 "아이고! 고맙네! 자네 아니었으면 아마 나 여기서 죽었을 것이시! 정말로 고맙네! 잉!" 하십니다. 엊그제 TV에서 영감님 한분이 양수기로 물을 뿜어 올리다 감전사 하였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날 그 분도 누군가 옆에 사람이 도움을 드렸다면 그렇게 돌아가시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하루 빨리 충분히 해갈이 될 수 있도록 많은 비가 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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