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이야기

못 말리는 영감 님

큰가방 2005. 4. 9. 22:22
 

못 말리는 영감님 

2001.6.27


장마가 잠시 멈춘 사이 햇볕은 뜨겁기만 합니다. "날씨가 비가 온다고 하더니 무척이나  덥구만 그래 이리와 잠깐 쉬었다가~아" 하시는 할머니의 말씀을 뒤로하고 "아이고 날씨도 덥고 그러니까 빨리 편지배달 끝내고 샤워라도 해야지!" 하는 마음입니다. "계세요? 아! 계십니까?" 하고 큰소리로 사람을 불러도 좀체 대답을 안 하시더니 "응 누가 왔어 나 옷을 좀 벗어서 그랑께 조금 기다리소! 미안하시!" 하시며


영감님 한분이 옷을 주섬주섬 걸치고는 나오십니다. "응? 뭐가 왔어?" "마혜영 씨가 누구 되십니까?" "응 우리 막내딸이여! 그란디 뭣이 왔어?" "예 돈을 보내왔는데요!" "그래 얼마나 왔는디?" "예 십 만원이 왔네요!" "응 그래 고얀 놈!" "아니 어르신 왜 그러십니까? 돈이 적으세요?" "아 이사람 아 기왕에 보내려면 한 오 십 만원 보내던지 그러지 십 만원이 뭐야? 십 만원이!" "어르신 따님도 먹고 살아야지요!


지금 도시에서는 사람이 밥만 먹고 살아도 다행이라고 그러던데요!" "응 그래 내가 욕심이 많았제 잉!" "어르신 저 갑니다! 안녕히 계세요!" 하고는 빨간 오토바이에 막 올라타려는데 "어이! 어이! 자네 이리 좀 와 봐!" 하시는 겁니다. "예! 왜 그러십니까?" "자네 전기 좀 볼 줄 아나?" "저는 잘 모르는데요! 왜 어디가 고장이 났어요?" "아니 요즘 전기요금이 많이 나와서 그러네! 어서 가보소!" "예 안녕히 계세요!"


그리고는 오토바이를 막 올라타려는데 다시 또 그 영감님이 부르십니다. "어이! 어이! 이리 좀 와봐 얼른 좀 와 보란 말이시!" "예! 왜 또 그러세요?" "응 딴게 아니고 소주 한잔만 하고가라고!" "예 저는 낮에는 술을 안 먹습니다!" "왜 낮에는 안 먹어 엉?" "예 저기 큰 도로에 나가면 차들이 어찌나 쌩쌩 달리던지 겁이 나서요! 조심해야지요! 그래서 안마십니다!" "응! 그래! 그럼 어서 가보소! 바쁜데 미안하시!"


"예! 안녕히 계세요!" 그리고 막 오토바이에 올라타려는데 또 부르십니다. "어이! 어이! 이리 좀 와 봐 얼른 좀 와 보란 말이시!" "예 왜 그러십니까?" "응 딴게 아니고 자네한테 심부름 좀 시키려고!" "무슨 심부름을 시키시려고요?" "응 딴게 아니고 재산세를 좀 내달라고!" "예 그럼 이리 주십시오!" "응 여기 있네! 부탁 좀 하세 잉! 바쁜데 미안하시 잘 가소 잉!" "안녕히 계세요!" 하며 밖으로 나와서 “영감님이 또 부르시려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오토바이에 오르지 않고 잠시 기다립니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부르시지 않는 겁니다. 이제야 다 끝이 났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어이! 어이! 이리 좀 와 봐!" 하는 소리가 또 들립니다. 그래서 "예! 왜 그러십니까?" 하고 대답을 하였더니 "자네 말고 우리 집 애기 엄마 불렀어!" 하시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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