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이야기

할머니의 소포

큰가방 2005. 4. 9. 22:24
 

할머니의 소포 

2001.7.6


어제부터 오후부터 퍼붓기 시작한 빗방울이 오늘 아침까지도 쉴 새가 없이 계속해서 퍼붓더니 “이제는 제발 비 좀 그만 오라!”는 말을 하자마자 신기하게도 비가 잠시 주춤합니다. 그리고는 구름 사이로 햇살이 조금씩 비치기 시작합니다. 산봉우리 사이로 안개가 피어오르더니 이내 검은 구름으로 바뀌어 갑니다. 그러더니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합니다.


"이제는 제발 비야 그쳐라!" 하면서 보성읍 봉산리 덕정마을 입구로 들어서니 할머니 두 분께서 저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아저씨 우리 딸한테서 소포 안 왔어?" "어느 딸 한테서요?" "아니 우리 막내딸이 소포를 보낸다고 했는디! 벌써 5일이나 되었어! 그란디 아직까지 소포가 안와 왜 그라까?" "정말로 보낸다고 했어요?"


"응 참말이여! 그란디 으째서 소포가 안와 아저씨가 좀 알아볼 수 없으까?" "아니 5일 전에 소포를 보내셨으면 벌써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인데 이상하다! 정말로 보내셨다고 그러던가요?" "응 참말이여!" "할머니 그러시면 따님 전화번호 있으세요?" "응 있제!" "전화번호를 좀 가르쳐 주시겠어요? 제가 따님한테 좀 알아볼게요!"


그리고는 그 할머니 따님에게 전화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따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아이고! 아저씨 소포를 보낸다고 한다는 것이 그만 깜박 잊었어요! 오늘이라도 보내야겠네요! 미안하다고 해 주세요! 지금 당장 보낸다고 말씀 좀 해주세요~오!" 그래서 할머니께 이렇게 말씀을 드렸지요 "할머니 소포가 지금 부지런히 오고 있으니까


내일이나 모레까지 기다려보세요! 지금 한참 바쁘게 오고 있다고 그러네요!" "아니 뭣이여 지금 한참 오고 있다고?" "예 할머니 안녕히 계세요!" 하면서 오토바이 시동을 걸며 이런 생각을 하여 봅니다. "소포를 보내려면 먼저 접수를 해놓고 전화를 해야지 기다리는 할머니 얼마나 속이 타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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