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이야기

논을 둘러보는 방법

큰가방 2005. 4. 9. 22:26
 

논을 둘러보는 방법 

2001.7.16


서울지방으로 많은 비가 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비 피해도 많다고 하지요. 그러나 이곳에는 다행히 많은 비가 오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날마다 내리는 비가 조금은 짜증스럽기도 합니다. 오늘도 아침에 간간히 몇 방울씩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면서 "이제는 제발 비야 그쳐라!" 하는 마음입니다. "어이 자네 우리 논 어딘지 알고 있제?" 하시는 동료 직원의 말씀에 "예 그런데요!" "그러면 심부름 하나 해주소!" "무슨 심부름이요?"


"응 우리 논에 가서 논을 좀 둘러보고 와!" "예! 알았습니다!" 하고 건성으로 대답을 하고는 우편물 배달을 나갔습니다. 그리고 그 직원 논 근처에 가는 순간 "아! 논을 좀 둘러보라고 하였지" 하면서 직원의 논이 있는 근처에 가봅니다. 그런데 엊그제 만 해도 직원 논을 분명히 알고 있었는데 오늘은 누구 논이 누구 논인지를 정말 모르겠더군요. 그때는 모가 심어지기 전이었기 때문인지 몰라도 오늘 보니까


논마다 모가 푸르게 자라있고 또한 경지 정리까지 한 논인지라 어떤 논이 직원 논인지 알 수가 있어야지요! "이것 참 큰일 났다! 아니 논에 문패라도 붙어있어서 이 논은 누구네 논 하고 표시라도 있으면 알 수가 있을 것 같은데 아무런 표시도 없으니 원 어떤 논이 직원 논 인줄 알 수가 있나?" 하면서 혼자 이 궁리 저 궁리 하다가 그냥 우체국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아침의 그 직원께서 물어 오시는 겁니다.


"어이! 우리 논 좀 둘러보았는가?"  "예! 논 누가 안 가져가고 잘 있던 데요!" 그랬더니 그 직원께서 하시는 말씀 "아니 이 사람아! 논을 둘러보려면 논에 물이 얼마나 있는가? 그리고 혹시 무슨 병해충은 없는가? 요즘은 비가 많이 오니까 비 피해는 없었는가? 하고 골고루 보고 와야지 아니 누가 우리 논 가져갔는가 안 가져갔는가 보고 오라고 했어?" 하시는 겁니다.


"아니 그럼 처음에 그렇게 말씀을 하셔야지 논 좀 둘러보라고 하셔서 저는 또 논 누가 가져갔는지 안 가져갔는지 보고 오라는 줄 알았지요!" 하고 대답을 했더니 그 직원께서 하시는 말씀이 "아이고 자네를 시킨 내가 잘못이지~이" 하시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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