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이야기

고장 난 문 때문에

큰가방 2005. 4. 27. 21:36
 

고장 난  문 때문에


식목일을 하루 넘긴 오늘 아침 일찍부터 하늘이 컴컴하더니 시골마을에 배달 할 우편물을 차량에 싣고 전남 보성 회천면을 향하여 달리고 있을 때부터 이슬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봇재 다원 차밭을 지나 회천면 소재지로 이르는 도로가에 길게 늘어서있는 왕 벚꽃나무에는 탐스러운 꽃송이들이 금방이라도 터질듯이 부풀어있습니다. 금년에는 늦게까지 추위가 계속되는 바람에 예년에 비하여 약 일주일 정도 늦게 피어나는 왕 벚꽃이지만 이제부터 아름다운 왕 벚꽃 터널을 지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저의 마음은 설레기만 합니다.


그러나 우편물을 빨간 오토바이에 싣고 배달을 시작할 무렵부터 지금까지 내리던 이슬비가 강한 빗줄기로 바뀌어 내리기 시작합니다. “참! 이상하단 말이야! 왜? 꼭 왕 벚꽃이 피어나려면 비가 내리는지 알 수 없단 말이야! 금년에는 벚꽃이 피어있는 기간에 비가 내리지 않으면 좋으련만!”하는 바람을 가지면서 벚꽃이 만개할 때면 내리는 비 때문에 꽃이 모두 져버려 제대로 벚꽃구경을 하지 못했던 예년의 기억을 되살리며 씁쓸한 웃음을 지어봅니다. “계십니까? 계세요~오!”


그제 오후 등기 우편물 한 통을 배달하려고 벽교리 명교마을의 정순안 씨 댁을 방문했으나 아무도 계시지 않는 바람에 오늘 다시 방문하겠다는 우편물 도착통지서를 마루에 놓아두고 왔는데 오늘도 집에는 아무도 계시지 않은 것 같습니다. 봄이 되면 농사일이 시작되기 때문에 ‘봄이면 시골마을에서 사람 만나기가 하늘에 별 따기 만큼 힘이 든다!’라는 집배원들만 통하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그나저나 어떻게 하지? 등기 우편물을 그냥 가지고 가? 아니면 방안에 넣어두고 가?”하고 고민에 빠져있는데 “어이 나 여기 있어~어!”


하는 소리가 들려 담 위로 밖을 내다보니 건너편 감자밭에서 누군가 손을 흔들며 저를 향해 달려오고 있습니다. “어르신 그냥 거기 계세요! 제가 그리 갈게요!” “아니여! 비 온께 자네가 거기 있어!” 하며 이제 막 싹터 오르기 시작하는 감자의 새싹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비닐에 구멍을 내다말고 저를 향해 달려오십니다. “오늘은 비가 오고 그래서 자네가 안 올 줄 알았네! 그래서 지금까지 계속해서 자네를 기다리다 이제 막 밭에 갔는데 자네가 왔구만 그나저나 비가 온디 고생해쌓네!” “아니요! 고생은 어르신이 많으시지요!


등기편지가 중요한 편지인가 봐요?” “응! 우리 아들이 인천에 있는디 서류를 좀 해서 보내라고 했드만 등기로 보냈구만! 그란디 어제 우체국에 문이 닫혀있데!” “어느 우체국 말씀이세요?” “내가 편지 찾으려고 보성우체국에 갔는데 문이 잠가져 있드만 그래서 편지도 찾지 못하고 그냥 헛걸음만하고 왔어!” “그러셨어요? 아니 휴일 날에도 일직 하는 사람이 있는데 사람을 불러보시지 그러셨어요?” “아니 그것이 아니고 우체국 후문을 보니까 샷터가 내려져 있드만 그래서 사람이 없는 줄 알고 그냥 왔어!”


“그러셨어요? 사실은 샷터가 고장 났거든요! 그래서 수리해달라고 요청을 했는데 기술자들이 오지 않아서 저희들은 뒷문으로 출입을 하거든요! 도착통지서 맨 밑에 보시면 저의 휴대전화 번호가 적혀있는데 저에게 전화를 하시지 그러셨어요!” “나는 또 그것은 못 봣제~에!” “죄송해서 어쩌지요? 보성우체국까지 오셨는데 그냥 헛걸음을 해서요!” “인자는 할 수 없제 그라고 자네 잘못도 아닌디 뭐가 죄송해!”하십니다. 농사철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럴 때 등기우편물을 서로 불편이 없도록 편리하고 쉽게 배달하는 방법은 없는지 연구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알려드립니다.

제가 4월 28일부터 5월 8일 까지 저의 사정으로 자리를 비웁니다.

잠시 주인이 없는 빈방일지라도 여러분의 많은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사진은 저의 조카 은수 사진입니다.

저의 집 마당에서 철쭉 꽃을 배경으로 촬영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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