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서안

만만디(천천히) 문화

큰가방 2005. 7. 6. 22:27
만만디(천천히) 문화(文化)


진시황의 능 관람이 끝난 저의 일행은 다음 목적지인 병마용 박물관을 향하여 출발하였는데 박물관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그 동안의 여행에 피로가 쌓인 탓인지 끄덕끄덕 졸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의 일행을 태운 버스가 얼마쯤 갔는지는 모르겠으나 버스가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는 겁니다. “아니?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여?” 하고 밖을 내다보았더니 사방에 온통 차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원래 중국은 이렇게 차가 많아요?” 하고 김복옥 가이드에게 물었더니 “평소에는 이렇게 길이 막히지 않는데 요즘이 춘절인 관계로 많은 관광객들이 한꺼번에 관광지로 몰리다 보니 이렇게 길이 막히는 겁니다!” 하고 설명해주었습니다. 그런데 10분을 기다려도 20분을 기다려도 차는 움직일 줄 모르고 그 자리에 그냥 꼼짝하지 않고 서있기만 하고 있습니다. 참다못한 저의 일행은 “여기서 병마용 박물관까지 걸어가면 시간이 얼마나 걸립니까?” 하였더니 “약 15분 정도 소요됩니다!” 하여 “그러면 모두 걸어갑시다!”

 


*병마용을 향하는 도로는 온통 차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하면서 저의 일행 모두가 버스에서 내렸는데 버스에서 내려 도로를 바라보는 순간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도로가 마치 거대한 자동차 전시장 같았기 때문입니다. 승용차는 말할 것도 없고 대형버스 소형버스에 옛날 우리나라 70년대에 굴러다녔던 바퀴가 세 개 달린 삼륜차 티코처럼 생긴 작은 자동차 우리나라의 다마스 보다 약간 작은 차를 비롯하여 심지어 경운기 적재함에 탑을 씌운 차에 오토바이까지 차라는 차는 모두 옮겨다 놓은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도로는 왕복 4차선인데 반대편 차선은 겨우 차 한대 지나갈 정도의 공간만 남겨두고 병마용 박물관으로 향하는 차량이 모두 점거하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차에서 내려 걷는 사람이나 차안에서 기다리는 사람이나 모두들 무엇이 그리 좋은지 싱글벙글 웃는 얼굴이었고 누구 한사람 차에서 “빵~빵!” 거리는 사람이 없는 것이 참으로 신기하였습니다. 저는 저의 일행을 따라 병마용 박물관을 향하여 천천히 걸어가면서 “중국 사람들은 이렇게 차가 막히면 화도 내지 않고 그렇다고 빵빵거리지도 않고 그냥 차안에서 기다리고 만 있나요?” 하고 한국 윈 투어 여행사 김 사장님께 물었더니

 


*
차들이 온통 뒤엉키는 바람에 병마용을 향하여 걸어가는데 어디서 그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는지 수를 헤아릴 수 없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중국인의 만만디 정신입니다! 저 사람들은 화내는 법이 없습니다. 길이 막히면 그저 길이 터질 때까지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기다리고 있을 뿐이지 차에서 빵빵거리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조금 미련스럽게 보일수도 있지만 그것이 바로 중국인의 만만디 문화입니다!” 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만약에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길이 막히면 어떻게 될까? 지금쯤 사방에서 빵빵거리며 야단이 났을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이런 문화는 우리도 본을 받아야 하겠구나!” 하는 것을 느끼며 병마용 박물관을 향하여 천천히 걸어가는데 도로는 모두 차들이 점거한 탓에 도로 위를 걷지 못하고 도로 옆 조그만 길을 통하여 걸어가다 문득 앞을 바라보았더니 수도 셀 수 없을 만큼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병마용 박물관을 향하여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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