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항주

졸정원으로 가는 길

큰가방 2005. 9. 2. 23:19
졸정원(拙政園)으로 가는 길


점심 식사를 마친 저의 일행은 다음 목적지인 졸정원으로 가기 위하여 버스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그때까지 이슬비가 내리던 하늘에서 조금씩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거 참! 신기하네! 우리가 한산사에 있을 때나 식당에 있을 때는 비가오지 않더니 왜? 버스에 타자마자 이렇게 비가 오지?”하는 저의 일행의 한마디에 “제가 어젯밤 비가 오지 말라고 빌었단 말입니다! 그러니까 하늘에서도 다 알고 이렇게 비가 내리는 겁니다! 아시겠어요?”하자 “자네 어젯밤 비 오지 말라고 빌었으니까 점심 때 밥 두 그릇 먹으라고 했는데 밥은 두 그릇 먹었는가?”하였더니 “아이고! 저는 밥 반 그릇 밖에 못 먹었어요! 밥도 그렇고 반찬도 그렇고 그래도 우리 집이 제일 좋던데요!” 하고 대답하는 바람에 모두 폭소를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중국의 선비들은 비가 내리면 창문으로 흘러 내리는 빗물을 보며 시(詩)를 썻다고 하는데 그 시절에도 형형 색색의 유리가 있었을까요?


저의 일행이 웃고 이야기하는 사이에도 저의 일행을 태운 버스는 빗속을 헤치며 열심히 졸정원을 향하여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많은 좋은 이름을 다 놔두고 왜? 하필 정원의 이름이 졸정원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 “가이드 선생님! 정원 이름이 좋은 이름이 많은데 왜? 정원 이름이 졸정원입니까? 무슨 사연이 있는 겁니까?”하고 물었더니 “옛날 소주에 큰 부자가 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부자는 그림 그리는 취미가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 자신이 갖고 싶은 정원을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림이 완성되자 그때부터 정원을 짓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림에 그려진 대로 정원을 짓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어서 처음 정원을 짓기 시작할 때부터 마지막 완성이 되었을 때까지 무려 1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고 합니다.

 


*바닥의 문양이 너무 아름다웠는데 요즘 호화로운 바닥 장식재가 무색할 지경이었습니다.


그리고 정원이 완성되었는데 정원이 완성되자마자 그 부자는 그만 병에 걸려 죽게 되었다고 합니다. 부자는 죽으면서 아들에게‘내가 죽더라도 정원을 잘 관리하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었는데 그 아들은 효자가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아버지가 죽자마자 노름을 하기 시작하였는데 노름을 시작한지 삼 일만에 노름 빚 때문에 정원을 팔아먹고 말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훗날 사람들이 아버지의 유산을 지키지 못하고 삼 일만에 팔아먹은 졸장부가 살았던 정원이라고 해서 졸정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이 이야기는 말 만들어 내기 좋아하는 중국 사람들이 지어낸 이야기이며 사실은 명나라 때 어사였던 왕헌신이라는 사람이 중앙에서 뜻을 이루지 못하고 낙향하여 개축한 정원인데 졸정원은 북경의 이화원과 승덕의 피서산장 소주의 유원등과 함께 중국의 4대 명원으로 꼽히는 곳입니다.

 


*분재 공원에 들어서고 있었습니다.



졸정원은 소주관광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크고 아름다운 정원인데 면적은 약 5만 평방미터이며 그 가운데 5분의 3이 연못으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졸정원은 동원과 중원 그리고 서원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수지 축산에 이어 건축의 조화를 이룬 작품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에 졸정원의 60프로가 연못이라고 하였는데 연못 주변에는 아기자기한 누각이나 정자가 있으며 바닥에 깔린 돌의 문양이 정원마다 다 다르며 누각의 창살 무늬가 다 다르게 설계되어 지어졌다고 합니다. 또한 건물 전체가 용의 형상을 띄고 있다고 하는데 이유는 그 시절만 하더라도 용의 문양은 왕이 아니면 사용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졸정원은 원래 당나라 시대 육귀몽의 집이었는데 원대에 이르러서는 대굉사로 바뀌었다가 왕헌신이 낙향하여 칩거하면서 다시 개축하였다고 합니다.

 


*너무 아름다운 분재 공원인데 우측 사진가는 서울 체신청 소속 직원입니다.


졸정원의 이름은 진나라의 반악이라는 사람이 쓴 시(詩) 가운데 졸자지위정(拙者之爲政)이라는 글이 있다고 하는데 그 뜻은 ‘어리석은 자가 정치를 한다!’ 라는 뜻이고 왕헌신이 졸정원이라는 정원의 이름을 지은 것은 자신의 속내를 말로 표현하지는 못하고 은근히 어리석은 정치인을 비꼬는 뜻으로 첫 자인 졸(拙)자와 끝 자인 정(政)를 따다 붙여 졸정원이라는 정원 이름이 탄생하였다고 합니다!”  “그럼 지금의 졸정원은 개인의 소유입니까? 아니면 국가의 소유입니까?” 하고 물었더니 “명나라 이후 나라에서 유지 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소유주를 찾는다면 국가의 소유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라고 가이드가 설명을 하는 동안에도 저의 일행을 태운 버스는 열심히 졸정원을 향하여 달리고 있었습니다.


'중국 항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국에서 마지막 밤  (0) 2005.09.08
졸정원(拙政園)  (0) 2005.09.05
호텔에서 생긴 일  (0) 2005.09.01
중국의 부자들  (0) 2005.08.26
한국 여권(旅券)의 가치  (0) 2005.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