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330

병원 화장실에서

병원 화장실에서 아침 7시 반경 세수를 하려고 광주의 대학병원 병동(病棟) 화장실로 들어서자 청소하는 아주머니께서 얼룩진 바닥을 부지런히 닦고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수고가 많으십니다. 그런데 바닥에 무엇이 그렇게 많이 묻었답니까?” “어젯밤 누가 화장실에서 변(便)을 보았는데 변기에 앉지 못하고 바닥에다 본 모양인데 나오면서 그걸 밟았는지 여기저기 묻어 있네요.” “아니 누가 대변을 변기에 앉아 보지 않고 바닥에다 본답니까? 혹시 아주머니 골려주려고 심술부린 것 아닐까요?” “심술부리는 것은 아니고 여기는 밤이면 보호자 없이 환자들만 계시니까 옆에서 도와주는 사람 없이 혼자 화장실에 오시면 링거 줄이라든가 그런 것 때문에 변기에 앉을 수 없는 경우도 있어 할 수 없이 바닥에 변을 보는 경우가 있거든요..

꼼지락 거리기 2021.07.10

마음에 들지 않는 사위

마음에 들지 않는 사위 이른 새벽부터“짹! 짹! 짹!” “까~악! 깍!”이름을 알 수 없는 새들과 까치들이 묘한 하모니를 이루며 멋진 노래를 부르자 동녘에 떠오르는 태양의 밝고 부드러운 햇살이 온 누리에 골고루 퍼지면서 여기저기 붉은 꽃을 흐드러지게 피운 철쭉 아가씨,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오가는 길손에게 예쁜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관주산 정상에서 기구(器具)를 이용하여‘하나! 둘! 셋! 넷!’ 운동을 하고 있는데 “형님 오셨어요?”하는 소리에 뒤돌아보니 후배가 빙긋이 웃고 있었다. “어서와! 그런데 자네 서울 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었는가?” 묻자 빙그레 웃으며 “사실은 저의 딸 상견례가 있어 다녀왔어요.” “그랬어! 그랬으면 축하할 일인데 결혼식 날은 받았는가?” “9월 달..

꼼지락 거리기 2021.07.03

"그런 말을 들으니 쑥스럽네요."

“그런 말을 들으니 쑥스럽네요.” 아침부터 게으름을 피우던 하늘의 햇님은 오전 10시가 넘었어도 늦잠을 주무시는지 구름 속에서 나올 줄을 모르는데 숲속의 새들은“꾸찌! 꾸찌! 꾸찌!”서로‘내가 최고!’라는 듯 목을 길게 빼고 노래 부르기에 여념 없고, 길가에 빨강, 노랑, 하얀색의 밥알만큼 작은 이름 모를 꽃들은 여기저기 지천으로 피어나 진작부터 시작된 봄을 아름답게 노래하고 있었다. 관주산 정상에 올라서니 후배가 윗몸 일으키기 운동을 하면서 “형님 오셨어요?”하며 반긴다. “오늘은 자네 혼자만 있는가?” “그러니까요. 방금 전까지도 사람이 대여섯 명 있었는데 갑자기 모두 내려가 버리네요.” “그랬어? 내가 올라오면서 일곱 명인가 만났는데 요즘 들어 산을 찾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든 것 같거든.” “그러니..

꼼지락 거리기 2021.06.26

의지의 한국인?

의지의 한국인? 24절기 중 여섯 번째이며 봄의 마지막 절기라는 곡우(穀雨)가 지나자마자 날씨는 바로 여름으로 달려가고 싶었는지, 매일 섭씨 23-6도가 오르내리며 한낮에는 무더움을 느낄 정도로 변했는데도, 새들은 그저“내가 최고!”라는 듯 목을 길게 빼고 노래 부르기에 여념이 없는 것처럼 보여“너희들도 혹시 트롯 가수 선발하는 거냐?”물었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다. 점심식사를 하려고 단골로 다니던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서 오세요! 이쪽으로 앉으세요.”하며 평소에 일하던 아주머니는 보이지 않고 오늘 처음 보는 젊은 아주머니가“무엇으로 드시겠어요?”물었다. “갈비탕 세 개와 막걸리 한 병 그리고 잔은 두 개만 주시고요.” “알았습니다.”하고 주문이 끝나자 식당 남자 주인이 빙긋이 웃으며 가까이 다가오..

꼼지락 거리기 2021.06.19

수술해도 아픈 다리

수술해도 아픈 다리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이 벚나무를 마구 흔들어 몇 장 남아있지 않은 꽃잎을 모조리 떨구고 나자 하얀 제비꽃 수줍은 듯 피어나 웃고 있는데, 어디서 날아왔는지 하얀 나비 한 마리 제비꽃 가까이에 서성이더니 갑자기 하늘 높이 날아가 버렸다. “나비야! 예쁜 제비꽃 아가씨가 아까부터 너를 기다렸는데 그렇게 가버리면 어떻게 하냐?”하였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다. 잘 아는 형님 한분과 후배 아들 결혼식 피로연을 다녀오다 마을 형수(兄嫂)님을 만났다. “오랜만이네요. 그런데 어디 다녀오세요?” “오늘 우리 밭에 트랙타로 로타리를 친다 그래서 거그 잔 가볼라고요.” “그러고 보니 벌써 농사철이 시작되었네요.” “그랑께요. 봄이 오면 여그저그 꽃이 피고 그랑께 이삐기는 한디 농사짓는 사람들은 또 논..

꼼지락 거리기 2021.06.12

영리한 집 쥐

영리한 집 쥐 관주산 정상에서 선배 한분과 천천히 내려오는데 길 왼쪽 넓은 밭에서 잘 아는 형님께서 잡초 같은 것을 뽑으며 거름을 뿌리고 있었다. “형님! 아직 농사철도 아닌데 무슨 일을 벌써부터 시작하셨어요?” “무슨 일이나마나 기왕에 해야 할 일인께 할 것은 미리서 준비를 해야 안 쓰것는가? 그란디 올해는 이상하게 두더지가 밭을 다 파놨네! 이것들을 우추고 해야 쓰까?” “그게 사람 몸에 아주 좋다는데 잡아서 고와 드시면 좋겠는데요.” “그란디 그것을 우추고 잡어서 고와 묵으꺼인가?”하자 옆의 선배께서“덫을 놓으면 된다는디 아직 그것은 안 놔봤제 잉!” “내가 농사 진지도 을마 안된 사람인디 은제 두더지 덫은 놔 봤것는가?” “형님 그러면 두더지 때문에 피해가 많으신가요?” “아무래도 농작물 뿌리 같..

꼼지락 거리기 2021.06.05

"그냥 살게 해 줍시다."

“그냥 살게 해 줍시다!” 관주산에서 운동을 마친 후 산을 내려오면서 후배에게“오늘 높은 집 선배님 혹시 무슨 일이 있다 그러던가? 왜 안 나오셨을까?”묻자 “오전에는 밭에 퇴비 뿌리고 트랙터로 로터리 친 다음, 오후에는 관리기로 고추 심을 곳 고랑치고 비닐 덮는다고 그러데요.” “그래! 아직 고추 심을 때는 아닌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서둘러서 일을 하실까?” “기왕에 해야 하는 일이니 남들보다 일찍 끝내려고 그러는 것 아닐까요? 하여튼 저도 잘 모르겠어요.” “하긴 자네나 나나 농사를 지어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니 무엇을 알겠는가? 그런데 요즘 날씨가 한낮에는 조금 덥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침저녁에는 서리 내릴 때도 있고 그래서 아직은 작물 심을 때는 아닌 것 같거든.”이야기를 나누며 산을 내려와 건너..

꼼지락 거리기 2021.05.29

할머니의 푸념

할머니의 푸념 오늘은 일 년에 두 차례씩 하는 신장(腎臟) CT촬영이 있는 날이어서 광주의 대학병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먼저 피와 소변 검사를 받기위해 채혈(採血)실로 향하였는데 오늘따라 사람들이 굉장히 많아 보였고 내가 번호표를 뽑아 안내하는 분에게 보이면서 “선생님 저는 접수가 되었습니까?”물었더니 “예! 접수되었으니 미안하지만 밖에 나가 기다려 주십시오.” “아니 왜 밖에 나가 기다리라는 겁니까? 평소에는 안에서 기다렸는데.” “오늘은 손님들이 굉장히 많아 안에는 앉을 자리도 없을 뿐 아니라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안에서 되겠습니까? 그래서 밖에 나가 계시라는 겁니다. 밖에서 기다리시면 순서가 되면 저희들이 불러드리겠습니다.” “그렇군요. 그렇지 않아도 복잡할 텐데 귀..

꼼지락 거리기 2021.05.22

옻닭의 추억

옻닭의 추억 ‘오~로~록 오께옥!’어제 오후부터 추적추적 내리던 봄비가 그치면서 그동안 움츠렸던 빨간 진달래, 명자, 동백꽃과 노란 개나리, 수선화가 아름답게 피어나자 매년 이맘때면 어김없이 찾아와 봄이 왔음을 알려주던 휘파람새가 금년에도 살며시 찾아와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하고 있었다. 선배 한분과 함께 동네 입구 첫 집을 지나는데 “으디 갔다 온가?”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마을 형님께서 울타리 가에서 무언가를 자르고 있었다. “점심 식사는 하셨어요?” “밥이야 진작 묵었제! 지금 시간이 몇 신가?” “그러고 보니 벌써 오후 1시가 넘었네요. 그런데 무엇 하세요?” “지금 솔나무 정전 좀 하고 있네.” “형님 댁에도 소나무가 있었나요?” “우리 동생이 엊그제‘쓸 만한 나무’라며 한그루 가져왔는데 너무..

꼼지락 거리기 2021.05.15

한 남자의 일생

한 남자의 일생 마을 형님 한분과 함께 시내에서 일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형님의 휴대폰에서‘띠~로~링!’하고 문자가 도착했다는 신호음이 들려왔다. “아이고! 요새 그노무 코로나19 조심하라고 자꼬 문자가 와싼디 이것 지우기도 성가시네!”하며 확인하더니 갑자기 얼굴이 굳어지며 눈가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히기 시작하였다. “형님! 왜 그러세요? 혹시 무슨 일이 있나요?” “무슨 일이 아니고 안 있는가? 재작년부터 계속 요양원에 있다 엊그저께 병원으로 옮겼다는 친구 말이여! 그 친구가 죽었다고 부고장이 왔단 마시.” “그랬어요? 안타까운 일이네요.” “나하고는 진짜 깨복쟁이 친구였는디 또 한사람이 이라고 허무하게 하늘나라로 가부렇구만.”하며 허탈한 표정을 짓는다. “고인(故人)과는 얼마나 친하셨는데요?” “..

꼼지락 거리기 2021.0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