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330

외손녀의 피부

외손녀의 피부 오봉산 정상에서 천천히 산을 내려오는데 “띠로리~ 띠로리!” 누군가의 휴대폰 벨소리가 울리는가 싶더니 후배 한사람이 “응~ 나다! 그래 어떻게 됐는데? 그랬어! 그래 잘했다! 애 썼다. 나는 괜찮으니까 그런 소리는 말아라! 서운할 것이 뭐가 있겠냐? 그리고 딸은 살림밑천이라는 말도 있지 않던 그러니까 나는 너와 애기 몸만 건강하면 되니까 아무 걱정 말아라. 그래 그럼 끊어라!” 하는 것을 보고“누구에게 온 전화인가?”선배께서 묻자 “서울에 있는 저의 딸인데 금방 외손녀를 낳았다고 전화가 왔네요.” “그러면 그 딸은 언제 결혼했는데?” “그러니까 작년 가을에 한 것 같거든요.” “그랬으면 아이를 빨리 가졌던 모양이네. 그나저나 자네가 외할아버지가 되신 것 축하드리네. 그런데 소감은 어떠신가?..

꼼지락 거리기 2022.02.12

친구 누님과 우슬 뿌리

친구 누님과 우슬 뿌리 며칠 동안 겨울을 잊은 듯 따스하기만 하던 날씨가 어젯밤 늦게부터 불어오던 찬바람 때문인지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자 코끝이 시릴 정도의 싸늘하게 퍼져오는 냉기(冷氣)가 계절은 어느새 겨울 깊숙이 들어섰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오늘도 운동(運動)삼아 보성읍 우산리에 있는 구마산을 돌아 천천히 집으로 향하고 있는데 햇볕이 잘 드는 양지쪽에 놓여있는 의자에 할머니 한분이 앉아 있어 무심히 가까이 다가섰는데 친구의 큰누나였다. “누님! 안녕하세요?”인사를 하자 고개를 돌리더니 “우메! 우리 동상이 오늘은 먼 일이다냐? 여그서 얼굴을 다 보고! 그란디 으디 갔다 와?” “운동 삼아 저쪽 구마산을 다녀오느라고요.” “그래~에! 인자 직장에서는 정년 퇴직했제~잉?” “작년에 했어요. 제가 영래..

꼼지락 거리기 2022.02.05

방귀와 대변

방귀와 대변 엊그제 찾아온 스산한 바람이 빨강, 노랑, 갈색 나뭇잎을 주워 모아 길게 이어진 숲속 길 여기저기에 꽃방석을 만들어놓고 어디론가 조용히 사라진 줄 알았는데, 또다시 찾아온 강한 바람이 방석을 모두 망가뜨리는 걸 보니, 겨울이 가을을 쫓아내려고 작정했는지는 알 수가 없으나 여기저기서 나무들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관주산에서 운동을 마친 후 천천히 내려오는데 후배 한사람이 갑자기‘뿌~우~우~’하며 방귀 소리를 내더니 “죄송합니다. 갑자기 그게 나오네요.”하며 미안한 웃음을 웃는다. “괜찮아! 자네는 장(腸)이 건강해서인지 냄새가 별로 나지도 않네.”선배의 말씀에 “그러면 장이 나쁜 사람은 냄새도 고약할까요?” “고기 같은 음식을 많이 먹는 사람은 냄새가 더 고약하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장이 나..

꼼지락 거리기 2022.01.29

부모님 산소와 명당자리

부모님 산소와 명당자리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 끝나 가려는지 엊그제부터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자 누렇게 익어 고개를 푹 숙인 채 불어오는 바람에 이리저리 머리를 흔들던 시골 들녘의 벼들은 부지런한 농부들이 모두 수확을 끝내고, 콤바인이 지나간 논바닥에는 굵게 패인 시커먼 속살이 드러나 있는데, 먹이 찾는 까치 두 마리 무엇이 못마땅한지 아까부터 계속‘깍! 깍!’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관주산에서 운동을 끝내고 내려오는데 엊그제까지도 길 위쪽에서 도로를 내려다보던 누구네 집 산소의 봉분을 굴삭기로 파헤쳐 시신을 이장하였는지 흙이 나란히 골라져 있고 여기저기 바퀴자국만 남아있었다. “형님! 혹시 저쪽 산소 이장하는 것 보셨어요?” “글쎄! 저기는 별 관심도 없는데 언제 이장하였는지 알기나 하겠는가? 그나저나 ..

꼼지락 거리기 2022.01.22

백해무익한 담배

백해무익한 담배 전남 보성읍 우산리 구마산 팔각정에서 하나, 둘, 셋, 넷, 구령에 맞추어 허리 돌리는 운동기구를 이리저리 돌리고 있는데 “어~이! 자네 참말로 오랜만이시!”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잘 아는 선배였다. “형님!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잘 계셨어요?” “나야 잘 있었제~에! 그란디 자네는 정년퇴직(停年退職)한 뒤로는 통 얼굴이 안 보여 불데 그동안 으디 갔다 왔는가?” “제가 다녀올 데가 어디 있겠어요? 그냥 집에서 꼼지락 꼼지락 여기도 조금, 저기도 조금, 건드려 보다가 오후가 되면 운동하러 나오고 하다보면 하루가 가던데요.” “그래~에! 그라문 건강은 으짠가?” “아직은 아픈데 없이 좋은 편이에요.” “그라문 다행이시!” “그러면 형님 건강은 어떠세요? 얼굴은 옛날보다 더 좋은 ..

꼼지락 거리기 2022.01.15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라!"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라!” 10월이 시작된 지 엊그제 같은데 살며시 떠나버리고 말도 없이 11월이 찾아와 손을 내밀며 빙그레 웃고 있는데, 그동안 푸르기만 하던 관주산 단풍이 한잎 두잎 빨개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산 전체가 붉게 물들면서 예쁜 단풍잎들이 한잎 두잎 천천히 원을 그리며 바닥에 떨어져 쌓여 가는데도, 지나가는 바람은 자꾸 단풍나무를 흔들어대고 있었다. 광주를 가려고 버스정류장에 들어섰는데 “형님 오랜만이네요.”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잘 아는 후배가 빙그레 웃고 있었다. “그래 동생 오랜만일세! 그동안 잘 계셨는가? 몸은 건강하시고?” “잘 지내고 있기는 한 것 같은데 몸은 그렇게 건강한 편이 못되는 것 같아요.” “왜 건강한 편이 못되는데?” “그게 몇 년 전부터 조금 심하게 운동이나..

꼼지락 거리기 2022.01.08

"죽는 날까지 정답게사시소!"

“죽는 날까지 정답게 사시소.” 11월이 가까워지면서 시골들녘에 누렇게 황금물결을 이루며 고개를 푹 숙이고 서있던 벼들은 모두 베어져 시커먼 바닥을 드러낸 채 앞으로 찾아 올 추위를 대비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감나무 위에서 “깍! 깍! 깍!”시끄럽게 떠들던 까치들은 빨갛게 잘 익은 주먹만큼 큰 홍시 하나를 파먹고 기분이 좋은 듯 어디론가 멀리 날아가 버렸다. 관주산 정상에서 기구를 이용하여 “하나! 둘! 셋! 넷!”운동을 하고 있는데 “동생 오셨는가?”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선배 한 분이 빙그레 웃고 있었다. “오셨어요? 오늘은 조금 늦으셨네요.” “오늘이 수요일 아침이어서 태레비에 노래 자랑하는 것 좀 보고오니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 “그러면 1등은 누가 하던가요?” “지난주에 1등 했던 사람인데 노..

꼼지락 거리기 2022.01.01

씨가 되는 말

씨가 되는 말 10월의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푸른 하늘은 더욱 높아져가고, 흰 구름 한 조각 어디론가 멀리 흘러가는데 꼬리가 빨간 고추잠자리 몇 마리, 머리가 무거워 깊이 고개 숙인 누런 벼 위를 천천히 날아다니며‘여기는 내 구역이다!’라는 듯 시위를 하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벼들은 아무 관심도 없는 듯 바람결에 이리저리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 관주산에서 천천히 내려오면서 누구네 집 밭을 지나는데 배추 몇 포기가 썩어버린 듯 뽑혀 버려져있었다. 그래서 선배에게“형님! 금년에는 왜 그런지 배추들이 썩은 게 많은 것 같아요.”하였더니 “금메! 금년에는 이상하게 그런 거시 많다 그라네!”하자 옆의 후배가 “그래서 내가 원예사(園藝師)에 가서 물어 봤거든요. 그랬드니 배추 썩는 이유가 여러 가지라서 우추고 설명하..

꼼지락 거리기 2021.12.25

사촌동생이 차려준 밥상

사촌동생이 차려준 밥상 집안일을 하고 있는데‘삐~리~리!’휴대전화 벨이 울려 받았더니“형님! 접니다.”하는 동생의 전화였다. “그래 잘 있었는가? 집안에 별일은 없고?” “다 잘 있지 무슨 일이야 있겠어요? 그런데 산소(山所)에는 언제쯤 가면 좋겠어요? 옛날처럼 추석에 다녀와야 하는데 그럴 수가 없으니 정말 답답하네요.” “그러게 말이야! 지금쯤은 코로나19가 끝이 나야하는데 이게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니 그동안 사촌(四寸)들 만난 지도 상당히 오래된 것 같은데 모일 수가 없으니 문제 아닌가? 아무튼 9월 18일쯤 다녀오도록 하세!” “예! 알았습니다. 그러면 그날 제가 형님 집으로 갈게요.”해서 18일 조상님이 계시는 산소에 먼저 들려 성묘를 마친 후 금년에 96세 작은 어머니가 계신 작은집으로 향하였..

꼼지락 거리기 2021.12.18

도깨비 이야기

도깨비 이야기 관주산 정상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데 마을 형님께서“동생 끝내려면 아직 멀었는가?”물었다. “왜요? 벌써 내려가시게요?” “아니 여기 온지가 언젠데 벌써 라고 하는가? 운동도 너무 무리하면 안 좋은 것이니 그만 내려가세!” “지금 내려가면 너무 서운하니 한 5분만 더 있다 가면 안 될까요?” “자네가 너무 오래있다고 지금 하늘에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어! 그러니 그만 내려가세! 여기 너무 오래있다 잘못하면 비를 맞는 수가 있어.” “오늘 비 온다는 예보도 없었는데 왜 먹구름이 몰려올까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해서 산을 내려오려는데 마침 옆에서 운동을 하던 마을 형수님께서 “그러면 나도 같이 가시게요.” “방금 올라오셨으니 더 계시지 왜 내려가려고 그러세요?” “여기 혼자 있으면 무..

꼼지락 거리기 2021.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