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330

다리에 쥐가 내리면

다리에 쥐가 내리면 관주산 정상에 올라서니 마을 형님께서 “어서와! 오늘은 나보다 늦었네!”하며 반기신다. “오늘 무슨 계획이라도 있으신가요?” “그건 어떻게 아는가?” “다른 때는 항상 저 보다 늦게 오셨는데 빨리 오셔서요.” “그런가? 아침에 일기예보를 보니 비가 내리지 않는다고 그래서 조금 빨리 왔다 내려가서 고추밭에 미생물(微生物)을 뿌리려고 평소보다 약 30분 정도 빨리 왔네.” “그럼 미생물은 어디서 사다 놓으셨나요?” “어디서 파는 것은 아니고 그걸 배양(培養)해서 농가에 무료로 보급하는 곳이 있거든. 거기서 가져다 놓고 어제 뿌리려고 했는데 비가 오는 바람에 뿌릴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오늘 뿌리려고 그러네.” “그럼 서둘러 내려가셔야 되겠는데요.” “너무 서두를 것까지는 없고 그래도 운동..

꼼지락 거리기 2021.09.18

'할머니가 머시여? 할머니가!"

"할머니가 머시여? 할머니가!" 선배 한분과 함께 회관 앞을 지나가는데 “아제! 으디 갔다 와? 안 바쁘믄 이루와서 커피 한잔 자시고 가!”하고 마을 아짐께서 부르셨다. “저는 아가씨들 많은 곳에는 부끄러워 못 가는데 어쩌지요?” “머시 으짠다고? 아가씨 만한디는 여루와서 못 온다고? 별노무 소리를 다하네! 잔소리 말고 얼렁 이루와!”하셔서 못 이기는 척 선배와 함께 신발을 벗고 회관으로 들어서자 “이루 와서 앙그씨요! 그란디 모처럼 아제들 오샜는디 지금은 자실 것이 커피하고 음료수뿐이 읍응께 그리 알고 맛이 읍드라도 기양 자셔 잉!”하면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를 한 잔 내 놓는 순간 “수박 있습니다. 참외도 있어요. 맛있는 바나나도 있고 체리와 블루베리 등 각종 맛있는 과일을 실은 차(車)가 ..

꼼지락 거리기 2021.09.11

민물조개의 추억

민물조개의 추억 저녁 식사를 하려고 주방으로 들어서자 구수한 냄새가 코를 찔러 집사람에게 “오늘 저녁반찬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맛있는 냄새가 날까?” 물었더니 “어제 웅치(熊峙) 동생이 우렁이하고 마개를 잡아 가져왔데! 그래서 어제와 오늘 해감해서 된장국을 끓였는데 맛있을 것 같아?” “아니 요즘 시골에서 모 심으랴, 보리 베랴, 감자 캐랴, 정신없이 바쁠 텐데 우렁이 잡을 시간이 어디 있어 그걸 잡아와?” “그걸 잡으려고 해서 잡은 게 아니고 논에 모심을 물을 대려고 마을 위쪽에 있는 저수지 물을 모두 뺏던 모양이데! 그런데 모두 빠지고 나니 우렁이와 마개가 저수지 바닥에 쫙 깔려있어 그냥 두기 아까워 마을 사람들과 함께 주웠다고 그러데!” 하면서 전라도에서는 마개라고 부르는 어른 손바닥만큼 큰 민물조개..

꼼지락 거리기 2021.09.04

뇌출혈의 전조증상

뇌출혈의 전조증상 관주산 정상에서 기구를 이용하여“하나! 둘! 셋! 넷!”운동을 하고 있는데 선배 한분이 철봉에 손을 올리더니 “어! 내 키가 줄었을까? 왜 손이 안 닿지?”하며 곤란한 표정을 짓는다. “그럼 옛날에는 손이 닿았나요?” “닿았으니까 그런 말을 하지 안 그러면 내가 괜히 헛소리하겠는가?” “그런데 사람이 나이가 들면 키가 줄어든다고 하데요.” “정말 그래? 그런데 그 소리는 어디서 들었는가?” “지난번 병원에서 건강검진하면서 제 키를 재는데 1미터 63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나는 1미터 67인데 63이라고 하냐?’물었더니‘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키가 줄어든다.’고 하더라고요.” “그랬어? 그렇다면 나는 얼마나 줄었을까?” “그런데 얼마나 줄었는지 알아서 무엇 하시게요?” “그래야 키가 ..

꼼지락 거리기 2021.08.28

친구와 어머니

친구와 어머니 길을 가다 우연히 옛날에 아주 절친했던 친구를 만났다. “자네 정말 오랜만일세! 그동안 잘 지내셨는가?” “그러게 자네는 어떤가? 직장에서 정년퇴직은 했을 것 같고 지금은 어디서 살고 있는가?” “직장에서 정년은 진작했는데 지금도 서울에서 살고 있어.” “그러면 시골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가?” “시골집에는 어머니가 살고 계셔!” “어머니가 살고 계신다고? 그러면 연세가 상당히 많으실 것 같은데?” “금년에 90세시거든.” “그러면 몸은 건강하신가?” “시골 사는 노인들이 건강하면 얼마나 건강하시겠어? 항상 여기저기 아픈 곳을 달고 사는 거지.” “그러면 정신은 괜찮으시고?” “아직까지는 괜찮으신데 시골집에서 혼자 계시다보니 누구 말벗도 없고 그래서 그런지 가끔씩 치매증상이 있는 것 같더라고..

꼼지락 거리기 2021.08.21

고장 난 에어컨

고장 난 에어컨 이른 새벽‘우~루~루~루!’시끄러운 소리에 잠이 깨어 밖을 내다보니 강한 소나기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요즘 들어 계속해서 섭씨 32~3도가 넘어서는 너무 뜨거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었는데 오늘은 이른 새벽부터 비가 내리는 것을 보니 조금이라도 시원한 하루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오늘은 친구들과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시간에 맞춰 식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서자 먼저 온 친구들이 “어서와!”하며 반긴다. “오랜만일세! 그동안 잘 계셨는가?” “코로나19 때문에 우리가 만난 지 상당히 오래 된 것 같네.” “지난 1월과 3월 그리고 5월까지 계속 다섯 사람 이상 모이지 말라고 하는 바람에 모일 수가 없었는데 다행히 이번에는 8인까지는 괜찮다고 하니 모이기는 모였지..

꼼지락 거리기 2021.08.14

술 마시는 법에 대한 연구

술 마시는 법에 대한 연구 관주산 숲길을 빠르게 걷는데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조금 무더워 등에 땀이 흐르는데 바람이 불어오니 정말 시원하고 좋구나. 엊그제까지도 이렇게 바람이 불면 춥다! 고 느꼈는데 그새 날씨가 여름 날씨로 변했으니 세월이 정말 빠르게 달려가고 있구나!’ 괜스런 생각을 해 본다.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다 건너편 식탁에서 식사하는 학교 동창을 만났다. “자네 정말 오랜만일세! 그동안 잘 계셨는가?”묻자 “나는 항상 잘 있는데 자네는 어떤가? 직장에서는 퇴직을 했을 것 같고.” “퇴직한지 벌써 6년이 넘었어! 그런데 자네는 지금 어디서 살고 있는가?” “나도 직장에서 퇴직하고 시골로 내려왔어.” “그랬어? 그러면 내려 온지 얼마나 되었는데?” “재재작년에 ..

꼼지락 거리기 2021.08.07

눈치 없는 자랑

눈치 없는 자랑 엊그제까지도 붉은, 노란, 분홍색 화려한 꽃을 피우고 오가는 길손에게 예쁜 손을 흔들어 주던 장미꽃이 모두 져버리자, 숲속의 애기단풍은 마치 녹색 커튼처럼 가지를 길게 늘어뜨리고 지나가는 다람쥐 한 마리 불러 세워 이야기를 나누는데, 옆 동네 까치는 무엇이 그리 못 마땅한지 아까부터 계속‘깍! 깍!’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점심시간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후배가“이번 주 토요일 날 제 딸 결혼식 피로연이 있으니 시간 있으면 오셔서 축하해주시고 점심식사도 같이 하시게요.”하면서 청첩장을 내 놓았다. “그러면 사위는 무엇 하는 사람인데?” “서울에서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다 네요.” “그럼 자네 딸도 서울에서 근무하고 있는가?” “그렇지요. 그런데 같은 회사는 아니고 가까운 곳에서 근무하다 ..

꼼지락 거리기 2021.07.31

엉뚱한 불장난

엉뚱한 불장난 5월 달 달력을 한 장 찢어내자 어느새 달려왔는지 6월이 내 앞에 서서 빙그레 웃고 있는데, 누구네 집 울타리에는 아직도 5월이 많이 남아있는지 엊그제부터 피어나기 시작한 붉고 노란 장미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지나는 길손에게 수줍은 인사를 건네고, 앞산 뻐꾸기들은‘뻐꾹! 뻐꾹!’ 무더운 여름이 찾아오고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우체국에서 택배를 하나 보내려고 내 순서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등을 가볍게 두드리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리자 선배 한분이 나를 보고 빙그레 웃고 있었다. “형님!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보시다시피 나는 항시 잘 있어! 그런데 동생 건강은 어떠신가?” “건강은 좋은 편이에요.” “몇 년 전 암 수술 받았다더니 지금은 어떤가?” “그것도 벌..

꼼지락 거리기 2021.07.24

후배와 소일거리

후배와 소일거리 여름으로 가는 두 번째 절기이자 '만물이 생장하고 여름 기분이 나기 시작한다.' 는 소만(小滿)이 지나자마자 날씨는 무더위 속으로 쏜살 같이 달려가고 싶은지, 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섭씨 25~7도를 오르내리는데 새들은 무엇이 그리 좋은지 여기저기 모여 목을 가다듬고 마치‘내가 최고!’라는 듯 노래 부르기에 여념이 없어 보였다. 길을 가다 친한 후배를 만났다. “동생 오랜만일세! 그동안 잘 지내셨는가?” “저야 잘 지내고 있는데 형님은 어떻게 지내셨어요?” “나도 잘 지내고 있지! 그런데 자네 퇴직했다는 이야기는 들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퇴직 전보다 얼굴 보기 정말 힘드네.” “그러니까요.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그럼 요즘 무엇하고 지내는가?” “저는 다시 재취업해서 직장에 다니..

꼼지락 거리기 2021.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