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67

운동 중 제일 좋은 운동

운동 중 제일 좋은 운동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자 언제부터 내렸는지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는데, 건너편 집 마당 한구석에 갈바람에 옷을 모두 벗어버린 감나무가 꼭대기에 마지막 남은 단감 하나를 매달고 내리는 겨울비를 흠뻑 맞으며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아무도 모르게 겨울이 우리 곁에 찾아와 살며시 웃고 있겠지?’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해진다. 관주산에서 운동을 마치고 천천히 내려오는데 “형님 오랜만이네요.”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잘 아는 후배가 나를 보고 활짝 웃고 있었다. “그래 동생 정말 오랜만일세! 그런데 요즘 퇴직하고 무엇하고 지내는가?” “퇴직한지 몇 개월 밖에 안 되었기 때문에 조금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집에서 그냥저냥 지내고 있어요.” “그러면 농사 ..

꼼지락 거리기 2020.12.26

백해무익한 담배

백해무익한 담배 아침에 조금 쌀쌀함을 느낄 때는 가을이 금방 우리 곁을 떠나버릴 줄 알았는데 아직은 약간 차가운 바람만 불어댈 뿐 여기저기 빨갛고, 노란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어 가는데, 꼬리가 빨간 고추잠자리 한 마리 몸을 부르르 떨며, 들녘에 서서 오가는 바람에 맞추어 신나게 춤을 추는 억새에게‘가만히 좀 있으라.’며 자꾸 짜증을 내고 있었다. 오늘은 친구들과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식당에 모여 식사를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담배 냄새가 솔솔 풍겨져 들어오고 있었다. “누가 담배를 피우나? 왜 식당에서 냄새가 나지?”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더니 창밖 조금 외진 곳에서 40대로 보이는 남자가 쪼그리고 앉아 피우는데 연기가 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웬만하면 저건 끊는 것이 좋은데 무엇이 좋아 저렇게..

꼼지락 거리기 2020.12.19

지네 때문에 생긴 일

지네 때문에 생긴 일 “짹! 짹! 짹! 짹!” 오늘도 숲속의 새들은‘내가 최고!’라는 듯 목을 길게 빼고 노래 부르기에 여념이 없고, ‘시계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여진 시계 꽃과 족두리를 닮은 족두리 꽃이 활짝 피어 오가는 길손에게‘반갑다!’는 듯 고개를 흔들고 있는데, 하늘의 해님은 무엇이 못 마땅한지 아직 구름 속에서 고개도 내밀지 않고 있었다. 관주산에서 선배 두 분과 천천히 내려오는데 길바닥에 시커멓고 빨간 다리가 수 십 개 달린 지네 한 마리가 빠르게 기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선배 한분이 “이게 어디서 기어왔을까?”하더니 한 발을 높이 들어 밟으려 하자 옆의 선배께서 “왜 그걸 죽이려고 하는가?” “이런 건 죽여 없애야지 안 그러면 사람들에게 해코지 할 수도 있지 않는가?”해서 ..

꼼지락 거리기 2020.10.10

친구와 뇌졸증

친구와 뇌졸중 어젯밤 아무도 모르게 살며시 내려온 이슬이 거미줄에 방울방울 매달린 채 동녘의 밝은 햇살을 받으며 영롱하고 아름답게 빛나는데 어디서 날아왔는지 고추잠자리 한 마리 아직 피지도 않은 백합의 머리 꼭대기에 앉으려 하자 백합은 지나가는 바람과 함께 자꾸 머리를 흔들어 쫓아내고 있었다. 오늘은 친구(親舊)들과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시간에 맞추어 식당(食堂)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잠깐만요!”하는 소리에 뒤 돌아보았더니 친구 부인(婦人)이었다. “안녕하세요? 지금 어디 가는 길이세요?” “오늘이 곗날이라면서요?” “오늘 곗날은 맞는데 친구는 어디 갔나요?”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겨 참석을 못할 것 같다고 곗돈이라도 내고 오라 하더라고요.” “무슨 일이 생겼다면 안 좋은 일이 생겼나요?” “그건 우리 ..

꼼지락 거리기 2020.09.05

백년도 못사는 우리네 인생

백년도 못사는 우리네 인생 멀리 보이는 산(山)이 어제보다 더 녹음(綠陰)이 짙어지는 6월이 시작되면서 시골집 울타리에 빨갛게 피어난 장미아가씨는 지나가는 길손에게 수줍게 인사하는데, 무더위를 품은 바람이 찾아와 자꾸 아가씨를 흔들어 대는데도 새들은 아무런 관심조차 없는지, 마을 앞 정자나무에 모여 시끄럽게 떠들어 대고 있었다. 관주산에서 천천히 내려오고 있는데 휴대폰에서‘띠로링~’소리가 들려 열어 보았더니 후배(後輩)가 보낸 부고(訃告)장이 와 있어서 선배 한분과 장례식장(葬禮式場)으로 향했다. 그리고 상주(喪主)를 만나 조의(弔儀)를 표한 뒤 자리에 앉아 음식(飮食)을 먹으면서 물었다. “어머니는 금년 몇 살이신가?” “올해 아흔 두 살이신데 이렇게 돌아가시니 마음이 안 좋네요.” “그러면 지금까지 ..

꼼지락 거리기 2020.08.01

대상포진 때문에

대상포진 때문에 어젯밤 하늘의 반짝이는 별들이 날이 새도록 재미있게 놀다간 자리를 미처 치우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동녘 하늘이 밝아오면서 ‘오~로~록 오께옥!’휘파람새의 멋있고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온 누리에 울려 퍼지고, 노란 개나리와 수줍은 데이트를 즐기는 이름 모를 작은 새들의 알 수 없는 사랑의 속삭임이 잔잔하게 귓가를 스치는, 향기 가득한 봄이 어느새 우리 곁에 다가와 살며시 웃고 있었다. 집에서 책을 읽다 문득‘요즘 몸이 아프다!’는 친구가 생각나 전화를 걸었는데 잠시 신호가 가더니 “여보세요!”하며 목소리가 들려왔다. “날세! 점심 식사는 했는가?” “점심은 진작 먹었지 그런데 무슨 일인가?” “다름이 아니고 자네가 요즘 몸이 많이 불편하다고 해서 어찌된 일인가? 궁금해서 전화했네!” “그게 ..

꼼지락 거리기 2020.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