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330

생굴과 간장게장

생굴과 간장게장 엊그제만 해도 하늘에서 내리는 밝고 맑은 햇살은 예쁜 봄 아가씨가 따사롭고 포근한 향기를 여기저기 골고루 뿌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는데, ‘봄으로 들어선다!’는 입춘(立春)날 밤 아무도 모르게 찾아온 꽃샘추위는 밤새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며 하얀 눈을 마구 뿌리더니 그래도 성이 차지 않았던지 차갑고도 강한 바람을 사정없이 쏟아 붓고 있었다. 관주산에서 운동을 마치고 후배와 함께 산을 내려오는데 건너편에 선배 한분이 오면서 “어이 동생! 오랜만일세! 설이랑 잘 쇠었는가?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시소!”하며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형님께서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항상 건강하세요.” “그래 고맙네! 근데 애기들이랑 다 왔다 갔는가?” “큰애는 지난주에 왔다 가고 작은 애는 설에 온다고..

꼼지락 거리기 2022.04.23

반려견 이야기

반려 견 이야기 며칠 전부터 산 너머 언덕 빼기에서 틈틈이 겨울을 쫓아낼 기회를 엿보던 따뜻한 봄이 어젯밤 찾아온 강한 추위에 몸을 웅크리더니 양지쪽 밭고랑 사이로 숨어버렸는지 차가운 바람만 계속 불어대고 있지만 하늘에서 내리는 밝은 햇살은 마치 봄이 찾아온 것처럼 따스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관주산 정상에서 운동을 마친 후 일행들과 함께 산을 내려와 주봉리 구교마을 쪽으로 걷고 있는데 길 왼쪽 멀찍이 자리 잡은 외딴집에서‘월! 월! 월!’큰개들의 우렁차게 짓는 소리가 들리자 뒤따라‘앵! 앵! 앵!’작은 개들이 계속해서 시끄럽게 짖어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소리를 들은 후배가 “아니 요즘에도 저렇게 개를 여러 마리 기르는 집이 있을까요? 저걸 길러봐야 별 소득도 없을 텐데요.”하자 선배께서 “저렇게..

꼼지락 거리기 2022.04.16

타짜가 되는 법

타짜가 되는 법 오늘은 매월 한 번씩 있는 정기 산행일이어서 집결장소에 모인 다음 산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우리 일행이 산을 얼마나 올랐을까? 길 한쪽에 커다란 아름드리나무 한그루가 부러져 썩어가고 있었는데. 그걸 바라보던 선배 한분이 “옛날 같으면 저 나무도 불을 때려고 어떻게든 집으로 옮겼을 텐데 아깝네!”하며 안타까운 표정이었다. “그러면 형님도 옛날에 나무를 많이 하러 다니셨어요?” “내가 젊었을 때는 논밭에 가을걷이를 모두 끝내고 겨울이 돌아오면 할 일이 없어! 그러다보니 아침밥 먹고 나면 산에 나무를 하러가든지 아니면 마을 사랑방으로 놀러가든지 했거든.” “마을 사랑방에서는 무엇을 하셨는데요.” “그 시절에는 휴대폰이나 태래비 같은 게 없던 시절이니 마을 사랑방에 사람들이 모이면 화투를 가지고..

꼼지락 거리기 2022.04.09

이웃집 사람

이웃집 사람 공과금을 납부하려고 우체국에 들러 내 순서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누군가 옆구리를‘쿡!’찌르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려보니 우리 마을에 살고 있는 후배가 빙그레 웃으며“형님 오셨어요?”하였다. “그래 동생 여기는 무슨 일로 오셨는가?” “자동차세 낼 때가 되어서요.” “그래! 나도 세금 때문에 왔거든. 그런데 엊그제 자네 골목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던데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는가?” “그거요? 별일 아니어요.”하면서도 인상은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집에서 가만히 들어보니 자네 고함 소리가 들리는 것 같던데 무슨 일 때문에 그랬던가?” “그게 우리 아랫집 영감님 있지 않습니까?” “그 영감님이 어째서?” “진작부터 우리 집으로 돌아가는 입구에 동그란 원을 그리더니 ‘여기는 ..

꼼지락 거리기 2022.04.02

예기치 못한 사고

예기치 못한 사고 어제 밤을 지배했던 어둠을 야금야금 먹어치운 동녘의 밝고 고운 햇살은 이제 서야 퇴근 준비를 서두르는 달님을 붙잡고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숲속 길 한쪽 웅덩이에 모여 있는 낙엽들은 아까부터 계속‘바스락!’거리며 이야기를 주고받다 ‘너희들 이제 어디로 갈 거냐?’묻자 벌떡 일어나더니 내 뒤를 졸졸 따라오고 있었다. 관주산 정상에서 천천히 내려오는데 마을 형수님께서 “엊그제 제암산에서 내려오다 길이 미끄러서 혼났단 말이요!”하고 입을 열었다. “길이 어떻게 미끄럽던가요?”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아서 그런지 낙엽들이 두껍게 쌓여있으니까 이것이 길인지 구덩이인지 잘 모르겠고, 또 바닥에 자갈이 깔려있는 곳에 낙엽이 쌓여있으니 거기를 지나면서 조심하지 않으면 금방 넘어지게 생겼더라..

꼼지락 거리기 2022.03.26

오미크론 유감

오미크론 유감 어젯밤 아무도 모르게 살며시 찾아온 추위가 앞집과 옆집, 그리고 건너편집 지붕위에 하얗고 예쁜 그림을 그리며 놀다 날이 밝아오자 황급히 떠나갔는데, 아침 7시가 넘도록 늦잠을 푹 주무신 하늘의 햇님은 괜스레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추위가 남기고 간 예쁜 그림들을 찾아내더니 사정없이 지워버리고 있었다. 점심식사를 하려고 친구들과 식당 안으로 들어섰는데 “어서 오세요! 코로나 3차 접종 받으셨으면 여기에 큐알 코드를 좀 찍어주시겠어요.” 식당 직원의 안내에 따라 휴대폰을 꺼내 인증을 마친 후 자리에 앉았는데 ‘따르릉! 따르릉!’친구의 휴대폰 전화벨이 울리자 얼른 전화기를 꺼내“여보세요! 응! 조카냐? 그런데 혹시 집안에 무슨 일이 있냐? 뭐라고 부모님이 병원에 입원했다고? 왜? 오미크론에 감염되었..

꼼지락 거리기 2022.03.19

죽어버린 고라니

죽어버린 고라니 어젯밤 강한 바람과 함께 찾아온 동장군은 온 몸이 얼어붙을 정도의 시리고도 차가운 바람을 쉼 없이 쏟아 부으며 마을 여기저기를 마구 싸돌아다니더니, 오후가 되자 하얀 싸락눈을 조금씩 떨구며 심술까지 부리는데, 전봇대 위의 까치는 무엇이 그리 좋은지 온 동네가 떠나가도록‘까~악~깍’계속해서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오늘은 매월 한 번씩 있는 정기 산행일이어서 시간에 맞춰 집결장소에 모여 오늘의 목적지를 향하여 출발하였다. 우리 일행을 태운 차가 부지런히 산을 향해 달리고 있을 때 옆에 앉아있는 후배가 말문을 열었다. “엊그제 제가 봉화산을 다녀왔거든요.” “그랬던가? 그러면 산을 종주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던가?” “약 4시간 반 정도 걸렸는데 형님도 잘 아시다시피 그렇게 힘든 산은 아니..

꼼지락 거리기 2022.03.12

"담배를 끊으세요!"

“담배를 끊으세요!” 오늘은 매월 한 번씩 있는 정기 산행일이어서 시간에 늦지 않도록 약속 장소에 모인 다음 산으로 향하였다. 우리 일행이 얼마나 산을 올랐을까? 차가운 겨울날씨지만 나도 모르게 숨이 차오르고 땀이 조금씩 흐르는 것 같아 바람이 불지 않은 양지쪽에 자리를 잡고 “여기서 잠시 쉬었다 가세!”하며 숨을 고르는데 “여기 따뜻한 유자차 있습니다. 한잔씩 하세요!” “저는 고구마를 쪄왔는데 아주 달고 맛있거든요.” “저는 옥수수를 삶아왔는데 드셔보세요!”하면서 자신이 준비해 온 간식거리를 내 놓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자네 옥수수를 어디에 보관했기에 금방 수확한 것처럼 이렇게 찰지고 맛있을까?” “그게 저의 집에서 재배한 게 아니고 강원도 철원에 저의 처제가 사는데 거기서 보내준 옥수수거든요. 그..

꼼지락 거리기 2022.03.05

감기와 코로나19

감기와 코로나19 관주산 단풍나무 숲을 천천히 걷다 무심히 땅에 떨어진 빨간 단풍나무 잎 한 장을 주우려는데 갑자기 여기저기 나뭇잎들이 서로‘내가 따라가겠다!’며 손을 내밀고 있었다. “너희들 질서 없이 이러면 안 되니까 줄을 서라! 줄을 서!”하는 순간 어디선가 불어 온 싸늘한 바람이 나뭇잎을 잠재우고 겨울을 향하여 끝없이 달려가고 있었다. 오늘은 친구들과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늦지 않도록 시간을 맞춰 식당으로 향했다. “친구들 오랜만일세!” “그래! 어서와! 그동안 잘 지내셨는가? 집안에 별일은 없으시고?” “요즘 같은 위드 코로나 시대에 별일이 있으면 되겠는가?” “그러게 말이야! 그래도 옛날에 신종 플루나 사스, 메르스 같은 질병들은 얼마가지 않아 종식되었는데 지금 유행하는 코로나19 같은 병은 ..

꼼지락 거리기 2022.02.26

육촌 형님의 부음

육촌 형님의 부음(訃音) 강한 눈보라와 함께 찾아온 추위는 며칠 동안 계속 주위를 맴돌더니 어제부터 갑자기 포근한 날씨로 변하면서 봄이 우리 곁에 성큼 다가온 듯 시골 들녘 농로길 양지바른 곳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밥풀처럼 조그만 잉크 색 꽃들이 무수히 피어나고 있었다. 집에서 마당 청소를 하려고 다소 헐렁해져 빙빙 돌아가는 대 빗자루를 철사로 감고 있는데 휴대폰 벨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예! 형님 접니다.” “잘 지내고 있냐? 집안에 별일 없고?” “저야 잘 있지요. 그런데 형님은 어떠세요?” “나도 잘 있다. 그런데 동물병원 하시던 광주(光州)형님이 돌아가셨다고 연락이 왔다.” “그랬어요. 장례식장은 어디라고 하던가요?” “광주 학동에 있는 장례식장 알지?” “예! 알고 있지요.” “그럼 거기서..

꼼지락 거리기 2022.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