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87

방귀와 대변

방귀와 대변 엊그제 찾아온 스산한 바람이 빨강, 노랑, 갈색 나뭇잎을 주워 모아 길게 이어진 숲속 길 여기저기에 꽃방석을 만들어놓고 어디론가 조용히 사라진 줄 알았는데, 또다시 찾아온 강한 바람이 방석을 모두 망가뜨리는 걸 보니, 겨울이 가을을 쫓아내려고 작정했는지는 알 수가 없으나 여기저기서 나무들과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다. 관주산에서 운동을 마친 후 천천히 내려오는데 후배 한사람이 갑자기‘뿌~우~우~’하며 방귀 소리를 내더니 “죄송합니다. 갑자기 그게 나오네요.”하며 미안한 웃음을 웃는다. “괜찮아! 자네는 장(腸)이 건강해서인지 냄새가 별로 나지도 않네.”선배의 말씀에 “그러면 장이 나쁜 사람은 냄새도 고약할까요?” “고기 같은 음식을 많이 먹는 사람은 냄새가 더 고약하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장이 나..

꼼지락 거리기 2022.01.29

부모님 산소와 명당자리

부모님 산소와 명당자리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 끝나 가려는지 엊그제부터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자 누렇게 익어 고개를 푹 숙인 채 불어오는 바람에 이리저리 머리를 흔들던 시골 들녘의 벼들은 부지런한 농부들이 모두 수확을 끝내고, 콤바인이 지나간 논바닥에는 굵게 패인 시커먼 속살이 드러나 있는데, 먹이 찾는 까치 두 마리 무엇이 못마땅한지 아까부터 계속‘깍! 깍!’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관주산에서 운동을 끝내고 내려오는데 엊그제까지도 길 위쪽에서 도로를 내려다보던 누구네 집 산소의 봉분을 굴삭기로 파헤쳐 시신을 이장하였는지 흙이 나란히 골라져 있고 여기저기 바퀴자국만 남아있었다. “형님! 혹시 저쪽 산소 이장하는 것 보셨어요?” “글쎄! 저기는 별 관심도 없는데 언제 이장하였는지 알기나 하겠는가? 그나저나 ..

꼼지락 거리기 2022.01.22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라!"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라!” 10월이 시작된 지 엊그제 같은데 살며시 떠나버리고 말도 없이 11월이 찾아와 손을 내밀며 빙그레 웃고 있는데, 그동안 푸르기만 하던 관주산 단풍이 한잎 두잎 빨개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산 전체가 붉게 물들면서 예쁜 단풍잎들이 한잎 두잎 천천히 원을 그리며 바닥에 떨어져 쌓여 가는데도, 지나가는 바람은 자꾸 단풍나무를 흔들어대고 있었다. 광주를 가려고 버스정류장에 들어섰는데 “형님 오랜만이네요.”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잘 아는 후배가 빙그레 웃고 있었다. “그래 동생 오랜만일세! 그동안 잘 계셨는가? 몸은 건강하시고?” “잘 지내고 있기는 한 것 같은데 몸은 그렇게 건강한 편이 못되는 것 같아요.” “왜 건강한 편이 못되는데?” “그게 몇 년 전부터 조금 심하게 운동이나..

꼼지락 거리기 2022.01.08

씨가 되는 말

씨가 되는 말 10월의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푸른 하늘은 더욱 높아져가고, 흰 구름 한 조각 어디론가 멀리 흘러가는데 꼬리가 빨간 고추잠자리 몇 마리, 머리가 무거워 깊이 고개 숙인 누런 벼 위를 천천히 날아다니며‘여기는 내 구역이다!’라는 듯 시위를 하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벼들은 아무 관심도 없는 듯 바람결에 이리저리 고개를 흔들고 있었다. 관주산에서 천천히 내려오면서 누구네 집 밭을 지나는데 배추 몇 포기가 썩어버린 듯 뽑혀 버려져있었다. 그래서 선배에게“형님! 금년에는 왜 그런지 배추들이 썩은 게 많은 것 같아요.”하였더니 “금메! 금년에는 이상하게 그런 거시 많다 그라네!”하자 옆의 후배가 “그래서 내가 원예사(園藝師)에 가서 물어 봤거든요. 그랬드니 배추 썩는 이유가 여러 가지라서 우추고 설명하..

꼼지락 거리기 2021.12.25

돈 버는 재미

돈 버는 재미 아침저녁으로 제법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여름이 우리 곁을 떠나버린 줄 알았는데 아직도 조그만 조각들이 남았는지 오늘도 제법 무더운 느낌이 드는데, 길가에 빨강, 분홍, 하얀색 코스모스가 하나 둘 수줍은 듯 피어나 바람에 한들거리고, 푸른 하늘에 고추잠자리 몇 마리 이리저리 왔다갔다 저공비행을 하며 가을을 손짓하고 있었다. 오늘은 매월 한 번씩 있는 정기 산행(山行)하는 날이어서 아침 식사 후 시간에 맞춰 회원들이 모이는 장소로 향하였고 시간이 되자 산을 향해 출발하였다. 우리 일행이 산을 오르기 시작한지 얼마나 되었을까? 이마에 굵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하자 “잠시 쉬었다 가시게요!”하는 소리와 함께 “아이고! 힘들다!”하며 잠시 그늘에 앉아 흐르는 땀을 닦는데“우리 집에 배나무가..

꼼지락 거리기 2021.12.04

형님의 빈자리

형님의 빈자리 관주산 정상에서 후배 한사람과 천천히 산을 내려오는데 어디선가 풀 베는 기계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돌려보니 길 아래쪽에 위치한 산소에서 누군가 예초기를 이용하여 벌초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수고하십니다.”인사를 건네자 고개를 돌려 나를 보더니 “아니 형님! 여기는 어쩐 일이세요?”하며 풀 베는 기계를 내려놓고 반갑게 웃는다. “그러고 보니 동생 자네였는가? 정말 오랜만일세!” “그러게요. 그런데 여기는 무슨 일로 오셨어요?” “산에 운동하러 왔다가 내려가는 길이네. 그런데 자네는 지금도 직장에 근무하는가?” “아니요! 지난 7월부터 6개월간 공로연수 중이거든요.” “그러면 연수 기간이 끝나면 자동으로 정년퇴직이 되는 것이네! 나는 나만 나이를 먹고 사는 줄 알았는데 자네도 벌써 정년퇴직할 ..

꼼지락 거리기 2021.10.23

벌초하는 사람들

벌초하는 사람들 우리민족의 대 명절 추석(秋夕)이 며칠 남지도 않았는데 어제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아직도 그칠 생각이 없는지 계속 추적추적 내리고 있는데, 어디선가“깍~깍~깍~깍”마치 까치가 내는 비슷한 소리가 들려왔다. ‘금년에는 가을장마 때문에 비가 자주 내리는 구나! 요즘 과일이나 곡식이 영글어 갈 때인데 이러면 전혀 도움이 안 되는데! 이 비가 지난여름 폭염(暴炎)이 쏟아질 때 내렸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 본다. 보성읍 주봉리 뒤쪽 관주산 등산로(登山路)에 막 들어섰는데 “어이~ 같이 가세!”하는 소리가 들려 뒤 돌아보았더니 선배 한분과 후배가 나를 부르며 빙긋이 웃고 있었다. “산(山)에 가시게요?” “집에 있어봐야 별로 할 일도 없는데 부지런히 산에라도 다녀야지 안 그런가?” “..

꼼지락 거리기 2021.10.02

야외에서 함부로 눕지 마세요.

야외에서 함부로 눕지 마세요. 관주산 정상에 올라서며 먼저 오신 분들께 “안녕하세요? 일찍 오셨네요.”하자 “오늘은 조금 늦으셨네요.”하는 소리를 듣고 내가 평소에 자주 사용하는 운동기구 앞으로 다가섰는데 온몸에 징그럽게 털이 달려있는 벌레 한 마리가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이 보였다. ‘이게 하필이면 왜 여기에 매달려있지?’하며 벌레를 떼어 땅바닥에 떨어뜨렸는데 바로 그 순간 “으~악!”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후배의 부인이 나무 위쪽을 바라보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아니 무엇 때문에 그렇게 소리를 지르세요?”묻자 나무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는 벌레들을 손가락으로 가르치며 “이게 너무 징그러워서요.” “아니 그런다고 그렇게 소리를 지르시면 되겠습니까? 저도 깜짝 놀랐잖아요.”선배의 농담에 “..

꼼지락 거리기 2021.09.25

다리에 쥐가 내리면

다리에 쥐가 내리면 관주산 정상에 올라서니 마을 형님께서 “어서와! 오늘은 나보다 늦었네!”하며 반기신다. “오늘 무슨 계획이라도 있으신가요?” “그건 어떻게 아는가?” “다른 때는 항상 저 보다 늦게 오셨는데 빨리 오셔서요.” “그런가? 아침에 일기예보를 보니 비가 내리지 않는다고 그래서 조금 빨리 왔다 내려가서 고추밭에 미생물(微生物)을 뿌리려고 평소보다 약 30분 정도 빨리 왔네.” “그럼 미생물은 어디서 사다 놓으셨나요?” “어디서 파는 것은 아니고 그걸 배양(培養)해서 농가에 무료로 보급하는 곳이 있거든. 거기서 가져다 놓고 어제 뿌리려고 했는데 비가 오는 바람에 뿌릴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오늘 뿌리려고 그러네.” “그럼 서둘러 내려가셔야 되겠는데요.” “너무 서두를 것까지는 없고 그래도 운동..

꼼지락 거리기 2021.09.18

눈치 없는 자랑

눈치 없는 자랑 엊그제까지도 붉은, 노란, 분홍색 화려한 꽃을 피우고 오가는 길손에게 예쁜 손을 흔들어 주던 장미꽃이 모두 져버리자, 숲속의 애기단풍은 마치 녹색 커튼처럼 가지를 길게 늘어뜨리고 지나가는 다람쥐 한 마리 불러 세워 이야기를 나누는데, 옆 동네 까치는 무엇이 그리 못 마땅한지 아까부터 계속‘깍! 깍!’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점심시간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후배가“이번 주 토요일 날 제 딸 결혼식 피로연이 있으니 시간 있으면 오셔서 축하해주시고 점심식사도 같이 하시게요.”하면서 청첩장을 내 놓았다. “그러면 사위는 무엇 하는 사람인데?” “서울에서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다 네요.” “그럼 자네 딸도 서울에서 근무하고 있는가?” “그렇지요. 그런데 같은 회사는 아니고 가까운 곳에서 근무하다 ..

꼼지락 거리기 2021.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