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 거리기 330

작은어머니와 짜장면

작은어머니와 짜장면 아침 식사를 마치고 집사람에게 “오늘 몇 시쯤 출발할까?”물었더니 “작은 집에 도착해서 청소 좀 해드리고 점심때 미역국 끓여 작은 엄마 드리려면 아무래도 오전 10시쯤은 출발해야 되지 않을까?” “그러면 그때 출발하기로 하고 준비해!”하며 옷을 갈아입고 작은 어머니가 살고계신 전남 영암으로 출발할 준비를 하였다. 그러니까 며칠 전 KBS TV‘6시 내 고향’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자녀들이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위하여 방송국에 사연을 보내 신청하면 유명 셰프(chef)들이 직접 찾아가 음식을 대접한다는 내용을 방송하고 있었는데. 정성을 다해 준비한 맛있는 음식을 드시면서 행복해하는 부모님들의 표정을 보면서 집사람에게 “우리 작은 어머니도 저렇게 유명 요리사들이 직접 요리한 음식을 드리면 정..

꼼지락 거리기 2022.07.09

결혼하는 순서

결혼하는 순서 눈(雪)이 내린다! 지난겨울 기나긴 가뭄이 계속되고 있었어도 단 한 번도 눈다운 눈이 내리지 않고 찬바람만 강하게 불어대던 날씨가, 4월이 시작되자 길가에 길게 늘어선 벚나무 가지에 꽃눈들이 부풀어 오르면서 하얀 벚꽃들이 하나 둘 피어나더니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에 한겨울 하얀 눈 쏟아지듯 나비 같은 꽃눈이 되어 아름답게 내리고 있었다. 관주산 정상에서 기구를 이용하여 “하나! 둘! 셋! 넷!” 운동을 하고 있는데 “동생 오랜만일세!”하는 소리에 뒤 돌아보니 잘 아는 선배께서 나를 보고 빙긋이 웃고 있었다. “형님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잘 계셨어요?” “자네 덕분에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네! 그란디 으디 아픈 디는 읍는가?” “아직은 다행스럽게 아픈 데는 없는데 형님은 어떠세요?” “..

꼼지락 거리기 2022.07.02

고사리 꺾다 생긴 일

고사리 꺾다 생긴 일 오늘은 매월 한 번씩 있는 정기 산행 날이어서 약속 시간에 늦지 않도록 모일 장소에 집결한 뒤 산으로 출발하였다. 우리 일행이 가파른 등산로를 따라 산을 오르다보니 어느새 등에 후줄근하게 땀이 배어나오기 시작하여“여기서 잠시 쉬었다가세!”하며 배낭을 내려놓고 숨을 돌린 다음 또다시 정상을 향하여 출발하였고 얼마 후 도착하였는데. “산을 오르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정상에 서면 지금까지 고생한 모든 것을 보상 받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회장님 말씀에 모두 박수를 보내며 점심 식사를 하려고 빙 둘러 앉았는데 회원 한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총무께서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는데 “지금 어디계세요? 점심 식사하려고 회원들 모두 모여 앉았는데 이쪽으로 오시겠어요? 장소가 어디..

꼼지락 거리기 2022.06.25

슬레이트의 추억

슬레이트의 추억 언제부턴가 소리 없이 우리 곁을 찾아온 봄이 산과 들에 초록과 연두색 물감을 부지런히 칠하다가 힘이 들었는지 잠시 허리를 쭉 펴고 쉬고 있는 것처럼 보이더니, ‘안 되겠다!’ 싶었는지 지나가는 새들을 모두 불러 모아 아름답고 멋진 합창을 하게 하면서 오가는 길손에게는 수줍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선배 두 분과 시골길을 걷고 있는데 사람이 살지 않는 외딴집에서 하얀 방진복을 입은 사람들이 지붕을 덮고 있는 슬레이트 걷어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형님 저 집은 사람도 살고 있지 않은데 슬레이트를 걷어내고 있네요.”하였더니 “사람은 살지 않아도 누군가 저걸‘걷어내 달라!’는 신청을 했으니 걷어내고 있겠지 그렇지 않으면 저것도 남의 사유재산인데 함부로 걷어낼 수 있겠는가?” “그렇긴 하네요. 그..

꼼지락 거리기 2022.06.12

치매 때문에 생긴 일

치매 때문에 생긴 일 오늘은 친구들과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늦지 않도록 식당으로 가서 문을 열고 들어서자 먼저 온 친구들이 “어서와!”하며 반겨주었고 잠시 후 음식이 나와 식사를 하는데 “따르릉! 따르릉!”휴대폰 벨이 울리면서 “여보세요!”하며 친구가 가만히 일어서더니 자리를 피하여 전화를 받고 돌아왔다. “누구에게 온 전화인데 그렇게 소리도 없이 받고 왔는가?” “우리 처남이 죽었다는 연락이 왔네.” “처남 나이가 어떻게 되는데?” “올해 예순 세 살이야!” “그러면 평소에 무슨 지병(持病)이라도 있었을까?” “그게 아니고 몇 년 전 교통사고가 나서 머리를 다쳤는데 그 후로‘온몸이 아프다!’며 굉장히 힘들어하더니 어느 순간 치매로 돌아서더라고, 그리고 후유증으로 고생도 참 많이 했는데 결국은 하늘나라도..

꼼지락 거리기 2022.06.04

버스 안내원의 추억

버스 안내원의 추억 광주(光州)를 가려고 버스정류장으로 들어서자 “형님 오랜만이네요. 어디 가시게요?”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후배 한 사람이 빙긋이 웃고 있었다. “광주에 볼 일이 있어 다녀오려고 그러네. 그런데 자네는 어디가려고?” “저는 광주 대학병원에 다녀오려고요.” “병원에는 무슨 볼 일이 있는데?” “제가 몇 년 전 암 수술을 받은 후 완치 판정은 받았는데 1년에 한 번씩 검사를 받으라고 해서요.” “그래도 이미 완치 판정을 받았으면 그리 걱정할 것은 없겠네.”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는 어찌 걱정이 안 되겠어요? 그러나 처음 수술을 받은 다음 검사 받을 때 보다는 훨씬 마음이 가볍다고 해야 되겠지요?”하며 버스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영감님 한 분이 들어오더니 “여가 사람이 읍는디 차표를 으서 ..

꼼지락 거리기 2022.05.27

고라니와 사냥개

고라니와 사냥개 올 겨울 들어 단 한 번도 비가 내린 적이 없어 너무나 가물었던 날씨가 계속되었는데 그제 오후부터 내리기 시작한 꿀 같은 단비가 말라버린 대지를 촉촉이 적시더니 잠시 구름 사이로 밝은 햇살이 반짝이자, 하얀, 분홍, 매실 꽃들이 수줍게 피어나 꿀벌들을 불러 모으자, 시샘이라도 하듯 새들이 큰 목소리로 동네가 떠나갈 듯 봄을 노래하고 있었다. 관주산 정상에서 기구를 이용하여 “하나! 둘! 셋! 넷!” 구령에 맞춰 열심히 운동을 하고 있는데 “동생 오셨는가?”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선배 한분이 빙긋이 웃고 있었다. “형님 오셨어요? 오늘은 조금 늦으셨네요.” “오늘이 수요일이라서 KBS 도전 꿈의 무대를 시청하다보니 조금 늦었네.” “그럼 누가 우승하던가요?” “노래는 다 잘 부르는데 그중..

꼼지락 거리기 2022.05.20

차용증 때문에

차용증 때문에 선배 두 분과 점심식사를 하려고 식당을 향하여 걷고 있는데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사람이 선배에게 “아제 으디 가시요?” 인사를 하자 “음! 점심 묵을 라고 식당에 가고 있네!” “그래라! 그라문 댕겨 오씨요!”하고 돌아서는 것을 보고 “누구신데 저렇게 공손하게 인사를 하나요?”묻자 “나 아는 사람인디 쪼끔 그런 사람이네!”하며 빙긋이 웃었다. “조금 그런 사람이라면 어떤 사람인데요?” “그러니까 지난번 우리 사촌동생이 불의의 사고로 갑자기 저 세상으로 갔지 않는가?” “그랬지요.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나요?” “초상집에 그렇지 않아도 정신이 없는데 저 사람이 찾아왔어!” “조문하러 왔을까요?” “그게 아니고 우리 동생이 돈을 5만원을 빌려갔다 며 받으러 왔다는 거야.” “5만원을 빌려가요..

꼼지락 거리기 2022.05.14

윷놀이 전문가가 되는 법

윷놀이 전문가가 되는 법 엊그제 강한 눈보라와 함께 찾아온 동장군은 계속 여기저기 쉴 새 없이 싸돌아다니며 하얀 눈을 사정없이 쏟아 붓는가 싶더니 살며시 자취를 감추고, 오늘은 마치 봄이 찾아온 듯 맑고 푸른 하늘에서 내리는 잔잔한 햇살은 가끔씩 불어오는 찬바람만 아니면 기나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찾아온 줄 착각하기 좋은 포근한 날씨로 변해있었다. 길을 가다 우연히 옛날 직장에서 함께 근무했던 후배를 만났다. “동생 오랜만일세!” “아이고! 형님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잘 계셨지요? 몸은 건강하시고요?” “내 생각으로는 건강한 것 같은데 자꾸 몸 여기저기 탈이 나서 걱정일세!” “무슨 탈이 나는데요?” “퇴직 후 운동한다며 자주 산행(山行)을 하다 보니 무릎 쪽에 탈이 났는지 아플 때가 있거든, 그래..

꼼지락 거리기 2022.05.07

"나에게 고생한다는 말은 하지 말게!"

“나에게 고생한다는 말은 하지 말게!” 관주산에서 운동을 마치고 천천히 산을 내려오는데 ‘따~르~릉! 따~르~릉!’선배의 휴대전화 벨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접니다. 지금 산에서 내려가고 있는데요. 내일 모임 말씀이세요? 그런데 곤란하겠다고요? 왜요? 형수님 때문에 힘들겠다고요? 그러면 어떻게 할까요? 요즘 오미크론 때문에도 모이지 말라고 그러니 다음 달로 미루면 어떻겠어요? 예! 알았습니다. 그러면 다음 달로 미루겠습니다. 항시 건강하시고요. 안녕히 계세요.”하며 전화 끊는 것을 보고 “누구에게 온 전화인데 그렇게 심각하세요?”물었더니 “우리 선배님에게 온 전화인데 이번 달 모임을 다음 달로 미루자고 그러네.” “무슨 일이 생겨서 그럴까요?” “그 형님 부인이 진작부터 몸이 좋지 않아 요양원에 계셨는데..

꼼지락 거리기 2022.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