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115

"왜 그렇게 멍청했을까?"

“왜 그렇게 멍청했을까?” 엊그제부터 불어대기 시작한 강한 바람은 노란, 빨강, 분홍의 고운 단풍이 들어 울긋불긋 변해가는 숲속의 나무들을 흔들고, 간지럽히고, 못살게 굴면서 몇 장 남아있는 나뭇잎마저 기어이 뺏어버리려는 듯 계속 괴롭히는데 길바닥에 떨어진 나뭇잎 몇 장 구르고 또 굴러 바람이 들지 않은 양지쪽 귀퉁이에서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관주산 정상에서 운동을 마치고 내려오면서 선배에게 여기저기 수북하게 쌓여있는 나뭇잎을 가르치며 “형님! 옛날 같으면 저렇게 낙엽이 쌓여있으면 나무하려고 모두 다 긁어갔겠지요?”하였더니 “그렇지! 저건 오리나무 잎인데 저런 것은 긁으면 뻣뻣해서 깍지가 잘 안쳐지거든.” “그러면 어떻게 하셨어요?” “그럴 때는 소나무 잎을 긁어 함께 섞어 깍지를 치면 되는데..

꼼지락 거리기 2021.01.02

백해무익한 담배

백해무익한 담배 아침에 조금 쌀쌀함을 느낄 때는 가을이 금방 우리 곁을 떠나버릴 줄 알았는데 아직은 약간 차가운 바람만 불어댈 뿐 여기저기 빨갛고, 노란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어 가는데, 꼬리가 빨간 고추잠자리 한 마리 몸을 부르르 떨며, 들녘에 서서 오가는 바람에 맞추어 신나게 춤을 추는 억새에게‘가만히 좀 있으라.’며 자꾸 짜증을 내고 있었다. 오늘은 친구들과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식당에 모여 식사를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담배 냄새가 솔솔 풍겨져 들어오고 있었다. “누가 담배를 피우나? 왜 식당에서 냄새가 나지?”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더니 창밖 조금 외진 곳에서 40대로 보이는 남자가 쪼그리고 앉아 피우는데 연기가 창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웬만하면 저건 끊는 것이 좋은데 무엇이 좋아 저렇게..

꼼지락 거리기 2020.12.19

아들 때문에

아들 때문에 길을 가다 ‘띠로링!’소리에 휴대폰을 열어보니‘현재 광주 전남 지역은 폭염특보가 발효 중이니 주민 여러분께서는 외출을 삼가시고 물을 자주마시고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시기 바랍니다.’라는 문자 메시지가 와 있었는데 밤이 되면서 뜨거운 열기는 조금씩 사라지고 ‘돌~돌~도~르~르!’밤새 풀벌레 소리가 밤하늘을 수놓으며 가을이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왔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친구 두 명과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데 방문이 살며시 열리더니 이제 9~10개월쯤으로 보이는 사내아이가 엉금엉금 기어 나오면서 우리를 보고 방긋 웃더니 갑자기 옆에 빠르게 돌아가는 선풍기를 붙잡고 일어서려는 것을 보고 “악아! 그걸 잡으면 위험해!”하며 막 붙잡으려는 순간, 아빠가 번개 같이 나오면서 아기를 안아 올렸다. “..

꼼지락 거리기 2020.10.24

친구와 뇌졸증

친구와 뇌졸중 어젯밤 아무도 모르게 살며시 내려온 이슬이 거미줄에 방울방울 매달린 채 동녘의 밝은 햇살을 받으며 영롱하고 아름답게 빛나는데 어디서 날아왔는지 고추잠자리 한 마리 아직 피지도 않은 백합의 머리 꼭대기에 앉으려 하자 백합은 지나가는 바람과 함께 자꾸 머리를 흔들어 쫓아내고 있었다. 오늘은 친구(親舊)들과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시간에 맞추어 식당(食堂)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잠깐만요!”하는 소리에 뒤 돌아보았더니 친구 부인(婦人)이었다. “안녕하세요? 지금 어디 가는 길이세요?” “오늘이 곗날이라면서요?” “오늘 곗날은 맞는데 친구는 어디 갔나요?”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겨 참석을 못할 것 같다고 곗돈이라도 내고 오라 하더라고요.” “무슨 일이 생겼다면 안 좋은 일이 생겼나요?” “그건 우리 ..

꼼지락 거리기 2020.09.05

"그 시절의 추억이 묻어있어 그럴까?"

“그 시절의 추억이 묻어있어 그럴까?” ​ ‘꼬~끼~오!’동녘의 햇님이 아직 출근도하기 전 이른 새벽부터 멀리 장 닭들의 외침소리가 들려오면서 아직 퇴근도 못한 달님은 이제야 천천히 퇴근 준비를 하는데, 한 여름 날씨로 접어들면서 매일 무성하게 자라나는 잡초들과 전쟁을 치르는 동네 아저씨는 오늘도 변함없이 어른 키 높이만큼 자라버린 풀을 베어내느라 수고를 아끼지 않고 있었다. 선배(先輩) 두 분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한적한 오솔길을 걷다 커다란 대(竹)밭을 지나는데 하얀 바탕에 검은 페인트 글씨로‘죽신 끈어가지 마시오. 적발시 고발하겠음. 주인 백.’이라고 써진 커다랗고 아주 오래된 간판(看板)이 보였다. “형님! 저런 간판이 있는 걸 보면 옛날에는 주인 모르게 죽순(竹筍)을 많이 꺾어갔을까요?”묻자“..

꼼지락 거리기 2020.08.23

입암산 갓바위

입암산 갓바위 지난 2020년 6월 27일 저의 일행은 입암산 갓바위로 향하였습니다. 입암산 갓바위는 전남 장성군 북하면에 위치한 산입니다. 그날은 상당히 무더운 날씨였으나 골짜기를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산행하는 것도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이! 힘든가?" 이제 갓바위가 2,3km 남았다고 하네요. 저의 선배님입니다. 갓바위를 향해 가다 인증샷 한 장 '찰칵!' 저 멀리 보이는 봉오리가 갓바위입니다. 저의 친구들입니다. 갓바위에서 인증샷 한 장 '찰칵!' 바위 위에서 인증샷 한 장 '찰칵!' 전망대에서 인증샷 한 장 '찰칵!' 아래쪽에 보이는 곳은 전북 정읍이라고 합니다. 저의 일행들입니다.

산(山) 이야기 2020.07.14

대상포진 때문에

대상포진 때문에 어젯밤 하늘의 반짝이는 별들이 날이 새도록 재미있게 놀다간 자리를 미처 치우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동녘 하늘이 밝아오면서 ‘오~로~록 오께옥!’휘파람새의 멋있고 아름다운 노랫소리가 온 누리에 울려 퍼지고, 노란 개나리와 수줍은 데이트를 즐기는 이름 모를 작은 새들의 알 수 없는 사랑의 속삭임이 잔잔하게 귓가를 스치는, 향기 가득한 봄이 어느새 우리 곁에 다가와 살며시 웃고 있었다. 집에서 책을 읽다 문득‘요즘 몸이 아프다!’는 친구가 생각나 전화를 걸었는데 잠시 신호가 가더니 “여보세요!”하며 목소리가 들려왔다. “날세! 점심 식사는 했는가?” “점심은 진작 먹었지 그런데 무슨 일인가?” “다름이 아니고 자네가 요즘 몸이 많이 불편하다고 해서 어찌된 일인가? 궁금해서 전화했네!” “그게 ..

꼼지락 거리기 2020.06.27

어버이날에

어버이날에 오늘은 친구(親舊)들과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시간(時間)에 맞춰 식당(食堂)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서와!”하며 먼저 온 친구들이 반겨주었다. “그 동안 잘들 지내셨는가? 사업은 잘 되고 있고?” 서로의 인부를 물으며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데 “이제 낼 모레면 어버이날인데 자네는 무슨 계획이라도 있는가?”옆의 친구가 묻는다. “글쎄! 무슨 특별한 계획은 없고 그날 낮에 모임이 있어 저녁에 장모님 모시고 식사하기로 했네!” “그럼 자네 부모님은 돌아가신지 오래되었는가?” “아버지는 내가 열일곱 살 때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돌아가신지 십 오륙년쯤 된 것 같은데 그건 왜 묻는가?” “아니 어버이날이 돌아오니 왜 그런지 서글픈 생각이 들어서 그러네.” “왜 서글픈 생각이 드는데?” “..

꼼지락 거리기 2020.06.20

원수 같은 코로나19

원수 같은 코로나19 햇님이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이른 새벽부터 “오~로~록 오께옥!”울려 퍼지는 휘파람새의 아름다운 노래 소리에 부스스 잠을 깬 봄의 요정들이 여기저기 꽃향기를 배달하느라 분주한데, 양지쪽에 홀로 외롭게 피어난 노란 민들레 아가씨 바라보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도 부지런히 하얀 홀씨를 바람에 실어 멀리 날려 보내고 있었다. 오늘은 친구(親舊)들과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시간에 맞추어 식당(食堂)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서와!”하며 먼저 온 친구들이 반겨주었다. “모두들 오랜만일세! 지난달에는 코로나19 때문에 모임도 갖지 못했는데 잘들 계셨는가?” “잘 있었으니 여기 모였지 안 그런가?” “자네 말이 정답일세!”인사를 나누며 자리에 앉아 광주(光州)에서 살고 있는 친구에게..

꼼지락 거리기 2020.05.23